"국산헬기 우선구매 법안 필요, 중앙기관이 일임해야"
"국산헬기 우선구매 법안 필요, 중앙기관이 일임해야"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9.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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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헬기 121대 중 국산 단 12대
소방청, 지자체별 입찰규격 제각각
장기 로드맵과 일괄 계약 추진 중요
제주소방항공대가 운용 중인 수리온 헬기 ‘한라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제주소방항공대가 운용 중인 수리온 헬기 ‘한라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정부 관용헬기의 국산품 우선 구매 법안을 조기 통과시키고, 중앙기관의 일괄 구매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소방헬기의 경우, 백화점식으로 운용되고 있고, 지자체별 고무줄 규격을 적용해 사실상 국산헬기의 입찰을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 관용헬기 운용 시스템은 대대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저하와 10대 주력산업의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며, 항공산업을 오는 2030년까지 18조2000억원 규모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 항공제조업은 코로나19 여파의 직격탄을 맞아 생산액 10억달러(약 1조1590억원)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국내 항공산업 육성과 자생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국산품 우선 정책 등 내수 확대 정책을 통한 해외 수출 확대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1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산 헬기 ‘수리온’이 사실상 입찰조차 참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경찰청, 해양경찰청, 산림청, 소방청, 국립공원공당 등 국내 5대 기관에서 운용하는 관용헬기 총 121대 중 국산 헬기는 단 12대뿐이다.

소방청은 31대의 소방헬기 운용하며, 산림청(48대)에 이어 가장 많은 관용헬기를 운용하지만, 지자체별로 입찰규격이 제각각인 탓에 사실상 국산 헬기의 입찰이 차단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의 경우 물품 조달을 중앙에서 관할한다. 하지만, 소방청은 지자체별로 구매를 진행하는 구조다.

각 소방본부는 조종사·정비사 입맛에 맞는 특정 헬기를 획득하기 쉬운 상황이며, 물품조달을 할 때마다 별도 규격을 작성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소방청은 지자체별로 각기 다른 사양의 헬기를 같은 가격으로 도입하면서 필수 임무장비가 없는 이른바 ‘깡통헬기’를 들여와도 제지를 받지 않는 환경이다.

지난해와 올해 전남·전북·광주소방본부가 제시한 소방헬기 입찰규격을 보면, 주요 임무장비로 ‘주회전익 거리측정장비’를 명시했다. 이 장비는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사가 독자개발한 장비로, 해당 제조사의 항공기만 보유한 특정 규격이다.

하지만, 올해 입찰을 진행한 중앙119와 경남소방본부가 제시한 입찰규격에서 주요 임무장비는 주회전익 거리측정장비가 아닌 엔진, 로터 등의 겨울철 결빙을 방지하는 ‘방빙·제빙장치’였다.

특정 항공제조사의 개발 장비 요구 등 제각각인 입찰규격 때문에 소방헬기 입찰은 지난 2013년 이후 총 9건 중 국산헬기는 단 3건만 입찰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 같은 특정 헬기 구매를 위해 임무와 안전에 필요한 필수 부가장비 대부분을 장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매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별도의 예산 편성으로 필수 장비사업을 진행하며 국민의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헬기를 단독 입찰하는 외국 업체에 대해 예산을 초과하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후 가격 협의를 통해 규격을 하향 조정해 입찰 가격을 낮추는 착시효과를 보이도록 하는 행태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일부 외국 업체는 운용자에 대한 교육비용을 높게 산정해 협상 시 교육비용 인하를 통해 헬기와 장비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사례도 있다.

외산 헬기를 도입한 이후 주요 소모성 부품 가격은 제작사와 부품공급업체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으로 책정되는 점도 문제로도 지적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리온의 외주비용, 부품비를 포함한 외주검사 비용은 대당 연간 약 1억6500만원이다. 하지만, 소방청이 운용하는 프랑스 에어버스헬리콥터스의 EC-225 기종은 대당 연간 약 13억3000만원에 달한다.

국회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국산품 우선 사용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조달계약에서 국제입찰의 예외로 인정되는 사항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국산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을 대표발의 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의 전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국산 제품 우선 구매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외산보다 국산을 우선 구매·조달하면 국내 산업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앙기관에서 각 부처 관용헬기 구매 소요와 노후 기종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일괄 계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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