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대국민 인질극
[e-런저런] 대국민 인질극
  • 신아일보
  • 승인 2020.09.2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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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악당들이 주인공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주인공의 가족이나 연인 등을 볼모로 삼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악당들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고, 이로 인해 큰 위험에 빠지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지난 1988년 전국을 발칵 뒤집어놨던 세기의 인질극 ‘지강헌 사건’의 결말은 ‘새드엔딩’이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우리사회의 차별과 부조리를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그들은 끝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지난 17일 의사들의 파업과 이에 따른 집단휴진 사태가 마무리 돼 갈 즈음 택배기사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하기로 한 것. 다만 택배기사들은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실제로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이번 의사와 택배기사들의 집단행동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그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명분이 있다는 점이다. 의사들이 파업의 원인으로 내세웠던 정부의 4대 공공의료정책은 누가 보더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다. 택배기사의 경우 역시 그들의 주장을 온전히 부정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이 같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동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가 뭘까? 아마도 짐작컨대 의사들은 ‘코로나 시국’이라는, 택배기사들은 ‘추석 명절’이라는 특수성을 기회 삼아 국민들을 볼모로 한 ‘인질극’을 벌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의료인의 파업을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응급실과 중환자실마저 비우는 무책임함은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렵다. 이는 사회가 버텨낼 수 있는 선을 넘는 것이다.” 한 의료인이 외친 자성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한성원 스마트미디어부 차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