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스님, 당대표는 목사님… 종교계 접촉 늘리는 당정청
대통령은 스님, 당대표는 목사님… 종교계 접촉 늘리는 당정청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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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불교계 靑 초청간담회 실시… 남북관계·국난극복 언급
전날엔 이낙연 대표가 한교총 방문… "코로나 방지 협조에 감사"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국 불교지도자 초청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국 불교지도자 초청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9·19 평양 공동선언 2주년을 하루 앞두고 남북관계와 관련해 "만남과 대화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불교계 지도자 청와대 초청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2018년 저는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화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8000만 우리 민족과 전세계에 선언했다"며 당시 불교계의 법회 진행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불교는 고난을 이겨낸 힘"이라며 "호국과 독립, 민주와 평화의 길을 가는 국민 곁에 언제나 불교가 있었다. 항상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불교계의 협조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불교가 실천해온 자비와 상생의 정신은 오랜 시간 우리 국민의 심성으로 녹아있다"며 "코로나에 맞서면서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더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을 아끼고 보듬는 마음을 K(한국형)-방역의 근간으로 삼았다"며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불교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불교가 방역에 앞장섰다. 법회 등을 중단하고 사찰의 산문을 닫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줬다"며 "연등회도 40년 만에 전격 취소했다. 유네스코 등재를 앞둔 상황에서 용단이기에 더 고맙고 안타깝다"고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코로나와의 싸움은 끝을 알기 어려운 장기전이 되고 있다"며 "불교계가 국민께 변함없이 큰 용기와 힘이 돼 주길 믿는다"고 말했다.

참석자를 대표해 인사말을 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자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인 원행 스님은 "우직한 사람이 한 우물을 파서 크게 성공한다는 우공이산이라는 말이 있다"며 "이런 때 대통령과 사회 지도자, 불교계가 대중에게 더 낮은 자세로 보살행을 실천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모두가 하나의 생명 공동체로 연결돼 있다는 '인드라망' 사상을 거론하며 "세계 평화와 국민 안녕과 건강, 코로나 종식 그날까지 불보살님께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합장했다.

코로나19 재확산 후 당정청(여당·정부·청와대)은 종교계와의 접촉을 늘리는 모양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한국교회총연합회 등 교회 지도자 청와대로 초청해 정부와 교계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방역에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진표 의원 등이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윤보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오른쪽 두번째)과 이홍정 총무(왼쪽)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진표 의원 등이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윤보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오른쪽 두번째)과 이홍정 총무(왼쪽)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전날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교총을 방문해 "국민의 통합,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의 사역에 종교가 해 왔던 역할을 누구도 가볍게 평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근·현대사에서 교계는 시대마다 가장 절박한 과제를 푸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금 코로나19로 많은 국민이 걱정하시고, 또 고통을 겪고 계신다"며 "교단으로서 고민이 없지 않겠지만, 그래도 지도자 여러분께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도움을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교계와 정부가 잘 협의해 가면서 이 문제를 원만하게 대처해가도록 많은 지도력을 발휘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전광훈 씨와 사랑제일교회 성도 등이 참여한 광복절 광화문 집회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