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자해·극단적 선택까지… ‘코로나 블루’ 공포 엄습
우울증에 자해·극단적 선택까지… ‘코로나 블루’ 공포 엄습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0.09.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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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유행에 정신건강 상담 급증… 자해·자살 신고도 늘어
개인 아닌 사회적 재난으로 간주해야… 정부차원 대책마련 시급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안감과 고립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우울증 상담은 물론 자해,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어 이른바 ‘코로나 블루’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3085건이었던 정신건강 관련 정보 제공 건수는 같은 달 20일 6244건, 26일 1만193건으로 늘어나더니 이달 4일에는 1만2300건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는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집회 등으로 인해 수도권에 코로나19 재유행 바람이 분 시점과 궤를 같이한다.

코로나 사태로 일상생활에 타격을 받으면서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휩싸이는 ‘코로나 블루’ 현상이 실제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최근 공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첫 번째 설문조사에서 시민들은 △일이나 생활에서 자유가 제한됐다(55.0%) △걷기 등 신체활동 감소(50.9%) △정서적으로 지치고 고갈됨을 느낌(39.3%) △실제로 우울감을 느낌(38.4%)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 같은 ‘코로나 블루’ 현상의 영향이 정신건강의 영역을 넘어 자해, 자살 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의적 자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건수는 총 107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792건)보다 3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112신고센터에 접수된 자살 신고 역시 4만229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0건 늘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만큼 이 같은 ‘코로나 블루’ 효과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아르바이트나 취업 등에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젊은 층에 이 같은 현상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이를 개인적 불안·우울 증세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 영역에 있어서 사회적 재난으로 간주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과 치료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을 구성한 만큼 연령별, 소득계층별로 세분화해 초기 발견, 심리상담, 전문적 치료까지 체계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구체적 대안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며 “특히 청년층과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상담·치료비 지원과 함께 진료 상담의 문턱을 낮추는 등 이들이 접근하기 쉬운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 블루’를 정식 질병으로 인정해 질병 분류 통계에 넣을지 여부를 전문가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