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벤츠 그리고 치킨
[e-런저런] 벤츠 그리고 치킨
  • 신아일보
  • 승인 2020.09.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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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6월 음주운전 사망 선고 징역 8년
美 워싱턴 주 음주사망 ‘1급살인’ 적용 

최근 치킨집을 운영하며 성실히 살아가던 한 가장이 직접 치킨을 싣고 오토바이를 이용해 배달에 나섰다가 역주행하던 음주운전자의 벤츠 승용차에 치여 사망했다. 언제까지 선량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그저 마주해야만 하는지 무력감마저 느낀다. 

윤창호 법이 시행되면 제2, 제3의 윤창호 씨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믿어 왔던 시민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련 사건이 게재되자 분노를 감추지 못한 시민들이 삽시간에 수십만의 동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에 이은 수해, 태풍 등 온갖 재해에도 열심히, 꿋꿋히 자기 할 일에 매진하던 한 가장이 한 젊은 여성의 무분별한 음주운전으로 인해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그렇게 한 가장이 죽어갈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지난 2019년 6월25일부터 시행돼 온 윤창호 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 및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형량을 높여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그러나 음주운전 사망 사고 관련 처벌 수위는 여전히 낮아 국민 법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6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60대에게 법원은 8년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시 4년에서 8년을 선고할 수 있다”며 “최대치를 적용한 중형을 선고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미국을 살펴보자. 

미국 워싱턴 주는 음주운전 살인을 1급 살인죄(고의살인)를 적용, 최소 50년에서 최대 종신형을 선고하고 있다. 음주운전은 타인이 사망할 수도 있음을 인지했으면서도 고의로 운전대를 잡아 타인을 사망에 이르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6년 한 조사에서 한국의 음주운전 재발률은 무려 60%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망사고가 일어나지 않아도 고의 살인미수를 적용해 살인죄에 준하는 처벌을 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 다수의 나라에서도 음주운전은 곧 살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음주운전은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중범죄로 한 번의 실수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때 비로소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낡은 오토바이를 이용해 ‘치킨’ 배달에 나섰다 사망한 한 가정의 아버지와 고급 승용차 ‘벤츠’. 

벤츠와 치킨이라...... 부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상명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