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국감·예심' 어쩌려고… 상임위원장 '재배분·재배치' 제자리
'입법·국감·예심' 어쩌려고… 상임위원장 '재배분·재배치' 제자리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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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박광온·한정애 공백 메울 과방위·복지위원장 재선출해야
野 반대에 쳇바퀴… 전국민 통신비·예방접종 논의 부진할 우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21대 의회가 본격적으로 정기국회에 돌입한 상황이지만, 상임위원장 재배분·재배치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법안 처리와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 등 주요 일정이 산재했지만, 옥신각신을 자처하고 있다.

17일 기준 18개 상임위원회 중 위원장을 재선출해야 하는 곳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다.

과방위원장 박광온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사무총장을, 복지위원장 한정애 의원은 같은 당에서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게 됐다.

주요 당직과 상임위원장을 겸직하지 않는 관례에 따라 두 의원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위원장의 중립성을 최대한 지키고, 당무에 전념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실제 이날 한 의원은 4차 추가경정예산안 예비심사를 위해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본격적인 질의에 들어가자 다른 일정을 이유로 이석했다.

같은 날 이낙연 대표 역시 당 '온택트 워크숍(비대면 회의)'에서 추경과 관련해 "김태년 원내대표와 한 의장을 비롯한 의원 여러분이 오늘 함께 전략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한 의장이 중책을 맡고 있음이 더욱 부각됐다. 통상 당내 3대 요직으로는 당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꼽힌다.

이같은 실정을 감안하면 한 의장이 위원장직을 이어갈 경우 중립성 위반 논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새 과방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문제는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인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행 국회법 41조는 본회의에선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투표해야 한다고 명시하는데, 재적 의원 과반 수 출석이 있어야 한다. 또 위원장은 재석 의원 투표에서 다수를 얻은 의원이 맡는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지금까지 상임위원장 선출은 여야 합의가 관행이었다. 현재 민주당은 박 의원 후임으로 이원욱 의원을, 복지위원장 공석에는 김민석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원장은 3선 이상 중진 의원이 주로 맡는데, 이마저도 두 상임위는 비교적 인기가 없어 김 원내대표는 후임 물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실제 후보 물망에 올랐던 의원 대부분도 21대 의회 후반기에서의 '알짜배기' 상임위원장을 노리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야당과의 합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당 안에서 두 상임위의 위원장 후보를 뽑는 것은 고사하고, 상임위원장 전석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개원 후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으로 대립각이 이어졌다. 야당은 의정 활동에서의 협치를 위해선 상임위원장 재배분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지난 10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민주당 이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상임위원장 재배분을 요구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협치를 하려면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며 "원 구성 과정에서 종전에 지켜오던 관행이 지켜지지 않았기에 여야 사이에 상당한 균열이 생겼다. 협치를 강조하려면 첫째로 힘을 가진 분이 협치할 수 있는 여건을 사전에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와 원 구성 재협상에 대해선 불가하단 입장을 못 박았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원 구성 협상 때의 우여곡절을 반복할 순 없는 사안"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 역시 "식사 와중에도 이 대표가 '지난 개원 협상이 2~3달 걸렸던 우여곡절을 9월 국회에서 되풀이하는 게 현명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소회했다.

여당은 특히 지금까지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 자리는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176석이라는 민주화 이후 유례 없는 의석을 차지한 데 이어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지원을 위해선 법사위원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 권한이 있어 여야 정쟁의 최후 전선으로 꼽힌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검찰 조직·제도 개편,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사법부 견제 등 현 정부의 주요 숙원 사업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수해야 할 자리다.

특히 법사위는 여당 입장에선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이를 주도했던 인사는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과 김기춘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4차 추경에서 '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일괄 지원' 예산을 심의할 과방위와 야당이 거론한 '전국민 독감 무료백신(주사) 접종'을 논의할 복지위는 회의를 진행할 위원장이 사실상 공백이다. 여야 의견을 절충하기 위해 위원장 선출이 시급한 시점이다.

또 정부를 집중적으로 견제할 국감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고, 이후에는 555조8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다가온다. 회의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선 후임 인선을 이전에 마쳐야 한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 제출 자료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 의원실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 제출 자료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 의원실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