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⑩ 왜 골드 미스는 결혼하지 않는가?
[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⑩ 왜 골드 미스는 결혼하지 않는가?
  • 신아일보
  • 승인 2020.09.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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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결혼과 출산에 대해 부모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졌지만, 요즘에는 여성 자신이 전적으로 결정한다. 그래서 여성의 입장에서 결혼과 출산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여성은 독신으로 사는 것보다 결혼해 사는 것이 행복할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에 결혼한다. 여성에게 남편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남편과 같이 식사하고 같이 일하던 농경사회에서는 남편이 없으면 의식주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남편이 없어도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과거보다 남편의 가치가 줄어든 것이다.

물리적 안전을 확보하는데도 과거에는 남편이 중요했다. 여자가 혼자 살면 도둑의 표적이 되기 쉽고, 동네에서 기를 펴고 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에는 여자 혼자 살아도 안전에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 CCTV와 안전한 주택, 자동차, 핸드폰, 디지털 덕분에 여성이 혼자 살아도 안전을 위협받지 않는다. 물리적 안전을 확보하는데 남편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농경사회에서는 힘을 써야 하는 일이 많아 남편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식사회인 현대사회에서는 힘은 중요하지 않다. 여성도 열심히 공부하면 전문직에 종사해 고수익을 얻을 수가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성실하게 일을 하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경제적 안전을 확보하는데 남편의 가치가 크게 낮아진 것이다.

농경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남편과 보내기 때문에 정서적 욕구를 충족하는데 있어서도 남편은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며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정서적 욕구를 충족하는데 남편의 가치가 크게 감소했다.

농경사회에서는 남편의 지위에 따라 여성의 지위도 결정됐다. 하지만 요즘에는 남편이 존중 받는다고 해서 아내가 존중 받는 일은 없다. 존중 욕구를 충족하는데 남편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농경시대에는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었다. 어떤 남편을 만나는 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여성의 운명을 결정할 정도로 남편은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짚신도 짝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남편 없이 살아도 욕구를 충족하는데 어려움이 없게 되면서 남편의 가치가 제로에 가깝게 됐다. 남편의 가치가 사라졌으며 남편 없이 살아도 어려움이 없으니 여성들은 결혼할 필요를 못 느낀다. 돈을 잘 버는 남편일 경우 경제적 안전 욕구를 충족하는데 도움이 돼 돈 잘 버는 남성들만 약간의 가치가 있을 뿐이다. 돈 많은 남자라도 돈 잘 버는 여성에게는 이마저도 가치가 없다. 그래서 의사, 변호사, 교사, 공무원, 골드미스 등 고수익의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여성들은 비혼율이 높다. 

비혼이 증가한 것은 남편이 아내의 행복에 기여하는 바가 감소했기 때문이고, 출산율이 하락한 것은 자녀가 엄마의 행복에 기여하는 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출산율 회복을 위해서는 자녀의 가치를 올려 자녀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야 하고,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편의 가치를 높여 남편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남편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하락시키고 있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이유이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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