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4천여명 '분류작업 거부'…추석 배송 ‘비상’
택배기사 4천여명 '분류작업 거부'…추석 배송 ‘비상’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0.09.17 12: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책위 "21일 단체행동 돌입…대책마련 시 철회 가능"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

일부 택배기사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노동시간의 절반을 차지하는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추석 연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택배 물량이 늘어난 상황에서의 이 같은 단체행동으로 일부 지역 배송 차질이 우려된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7일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만 하는 장시간 노동의 핵심 이유"라며 오는 21일부터 전국 4000여명의 기사들이 택배 분류작업 거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기사들은 하루 13∼16시간 노동의 절반을 분류작업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분류작업에 대해서는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책위는 지난 14일에서 16일 택배 기사들을 대상으로 분류작업 전면 거부를 위한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에는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 조합원을 포함한 4358명이 참가했으며, 이 가운데 4160명(95.5%)이 찬성 의견을 냈다.

대책위는 “투표 참가자 가운데 500여명은 조합원이 아니다”라며 “그만큼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분류작업 인력 투입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택배 분류작업의 인력부족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됐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택배 업계에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추석 연휴를 대비해 한시적으로 분류작업 인력을 충원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현재 전국 택배기사는 주요 택배사에만 4만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소속돼 있다. 이번 분류작업 거부에 찬성한 기사는 4000여명으로 전체 인원과 비교하면 소수지만, 이들이 예정대로 분류작업을 거부할 경우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일부 지역은 배송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책위는 “배송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더는 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택배 노동자는 없어야 한다는 심정을 국민들이 헤아려주길 부탁한다”면서 “택배사가 과로사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면 언제든지 분류작업 전면 거부 방침을 철회하고 대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