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KB금융 우리사주조합, 사외이사 추천으로 '이사회 장막 뚫기' 시도
[이슈분석] KB금융 우리사주조합, 사외이사 추천으로 '이사회 장막 뚫기' 시도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9.17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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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투명성 제고 통한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기대
경영 간섭 목적 주주제안 가능성에는 경계 목소리도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 주주제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강은영 기자)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 주주제안'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사진=강은영 기자)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사외이사 추천 제안을 추진 중이다. 소수주주권을 활용한 사외이사 선임으로 대주주 위주의 폐쇄적 이사회 구조에 변화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 경영 투명성을 높이면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에도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건전한 취지의 주주제안은 필요하지만, 경영 간섭 목적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7일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오는 11월 열리는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을 진행할 예정이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려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노동이사제와의 차이를 강조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직접 이사회의 이사로 참여하는 것이지만, 이번 주주제안은 우리사주조합이 회사에 필요한 전문가를 추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추천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2017년을 시작으로 세 차례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한 바 있지만,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17년과 2018년 주총에서 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고, 작년 사외이사 제안은 KB금융 계열사 소송계약에 대한 이해 상충 문제로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이번 사외이사 후보자들은 KB금융이 기업 가치로 강조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책임·기업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류제강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은 "이전의 사외이사 후보들은 변호사들이 중심이었는데, 이미 사외이사 중 법률전문가들이 많아 추가로 선임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큰 공감을 얻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KB금융이 가장 핵심적인 가치로 여기는 ESG 전문가들로 선정해 이전의 논란이 없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연이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이유로 이사회의 폐쇄적 구조 해소를 내세웠다.

류 조합장은 "이사회에서 논의되는 내용에 어떤 것도 알기 쉽지 않다"며 "노조나 우리사주조합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소수주주권을 활용해 사외이사로 진입하게 된다면 폐쇄적인 이사회 형태가 해소되고, 이로 인한 우려나 의심도 덜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최고의 권한과 의사결정이 집중된 이사회가 투명하게 운영된다면 결국 기업 경영도 투명해질 것"이라며 "기업 경영이 투명해지면 금융소비자들에게도 이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건설적인 주주 제안은 필요하지만, 기업 경영에 간섭하려는 시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노사가 협력해 기업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선순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경영에 대한 간섭이나 통제하려 하면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로서의 이미지도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우리사주조합제도는 기업의 구성원인 직원이 자기 회사라는 인식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주주로서 배당도 받을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우리사주조합 자체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