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토부의 섣부른 판단이 아쉽다
[기자수첩] 국토부의 섣부른 판단이 아쉽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9.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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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굳게 닫혔던 국제선이 빗장을 풀기 시작했다. 티웨이항공은 한·중 항공 당국의 운항 허가를 받고 16일 인천-중국 우한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우한을 오가는 하늘 길이 다시 열린 건 올해 1월 이후 8개월 만이다.

티웨이항공은 이날 중국 우한 노선 취항 관련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그동안 새로운 취항지를 추가할 때마다 보도자료를 내며, 알리던 모습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신, 티웨이항공은 이날 제주도 항공편 특가 이벤트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모든 취항 노선에 대해 보도자료 항상 배포 하진 않는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이 여론을 의식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우한 노선 운항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우한이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곳인 데다 최근 중국이 자국 내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믿지 못하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의 이번 운항 허가는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해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점과 아직 2단계를 유지하며, 긴장을 유지하는 국내 분위기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이동 자제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오가는 항공 승객이 늘어 코로나19 확산의 빌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이 같은 일각의 우려에 대해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민께서 염려하는 부분을 이해한다”면서도 “중국의 경우에는 코로나19 발생 동향이 최근 매우 안정적이고, 또 중국을 통한 (환자) 유입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인천-우한 노선에 대해 공업 도시인 우한에 한·중 기업인들의 왕래가 잦고, 노선을 재개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기업인이나 교민의 운항 재개 요구가 많았더라도 전세기 운항만 소폭 확대하는 등 비정기편 운항 허가를 우선 검토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은 인천-우한 노선을 주 1회 운항하는 정기편이다.

국토부의 이번 결정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해선 안 된다. 국토부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항공업계의 불황을 해소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지만, 확산이 다시 본격화하면 항공업계의 불황은 더욱 깊어진다.

국토부의 이번 판단은 섣불러 보인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