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배려한 '보험 시각화 약관'…보험사 "부담 커"
소비자 배려한 '보험 시각화 약관'…보험사 "부담 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9.1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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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제작 비용·홈페이지 데이터 용량 증가 발생
그림·표·그래프 통한 정보 전달 시 오해 유발 우려
약관 요약서 모범예시. (자료=생보협회)
약관 요약서 모범예시 자료 표지. (자료=생보협회)

이달부터 보험 신상품과 개정 상품에 적용 중인 보험 시각화 약관을 두고 보험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존 약관에 추가로 시각화 약관을 제작해야 해 비용이 증가하고,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상품 약관 데이터양도 늘었기 때문이다. 그림과 표, 그래프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보험사에는 부담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부터 보험 신상품과 개정 상품에 대해 시각화된 보험약관을 적용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작년 10월 보험약관 개선방안 마련 간담회에서 발표한 '보험약관 시각화'의 후속 조치로, 보험계약 체결 시 기존 약관에 더해 시각화된 약관 이용 가이드북과 약관 요약서를 제공하도록 했다. 바뀐 제도는 이달 1일 이후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신상품 및 개정상품에 대해 우선 적용하고, 내년 1월부터 모든 보험상품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시각화된 약관 요약서에는 보험상품의 주요 특징을 안내하는 그림과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민원 사례를 담아야 한다. 보험상품 구조는 표나 그래프 등을 활용해 설명하고, 보험기간 중 보험계약 대출과 계약 부활 등 상황을 만화 형태로 연출해 안내해야 한다.

이달 들어 신상품을 출시한 보험사는 9곳으로, 이들은 모두 시각화된 약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사 관계자들은 보험약관이 쉬워져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시각화 약관으로 인한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상품 특징을 그림으로 표시한 예시. (자료=생보협회)
보험상품 특징을 그림으로 표시한 예시. (자료=생보협회)

우선, 기존 약관에 시각화 약관을 추가로 제작함에 따라 증가하는 비용이 보험사들에는 부담이다.

A 보험사 관계자는 "시각화된 약관을 추가 적용함에 따라 실무자의 업무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약관 제작 비용도 이전보다 증가해 회사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B 보험사 관계자는 "이번 제도로 모든 보험 상품 약관에 시각화된 약관을 추가해야 한다"며 "약관 분량이 증가함에 따라 홈페이지 등에 약관을 공시할 때 용량이 늘어나 이에 따른 부담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표와 그래프만을 활용해 약관을 표현하다 보면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각화 약관에서도 글로 보충설명을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미지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정확도 측면에서 헛점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가 기존 약관을 읽지 않고, 시각화된 약관 요약서만 보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보험사에는 걱정거리다.

C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약관을 쉽게만 표현하다 보면 빠지고 생략되는 표현이 생긴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보험사를 보호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D 보험사 관계자는 "변액보험이나 달러보험의 경우에는 텍스트로 꼭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시각화 약관에서 누락된 부분이 발생했을 경우 설계사들에게 설명에 대한 책임에 대한 의무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도 시각화 약관 도입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며 "블랙컨슈머가 우려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금융사와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의 의견을 들어 시각화 약관에 대한 추가 개선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제도 시행 초기 단계기 때문에 보험협회와 보험사들의 의견을 교환하면서 후속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시각화된 보험약관 적용에 대한 모니터링은 제도가 안정화된 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