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 칼럼] ‘시대정신 & 충청 대권론’
[신아 칼럼] ‘시대정신 & 충청 대권론’
  • 신아일보
  • 승인 2020.09.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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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룡 충남취재 본부장
 

최근 차세대 대권 주자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포스트코로나, 신자유주의적 미국 패권 질서의 변화 등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일수록 난세를 극복할 불세출의 영웅을 고대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하마평에 오르는 주자들은 저마다 역량과 철학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오랫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세력을 만들고 정치가 나갈 방향을 뚫어내 온 칠전팔기의 선수들이 지금도 권좌를 향한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저마다 급변하는 시대를 해쳐나갈 지혜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난세에 처한 시대를 뚫어낼 불세출의 영웅인지는 판가름하기 어렵다. 시대를 변화시키는 것은 개인의 의지보다 시대의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봉건제를 붕괴시키고 자유주의를 전파했던 나폴레옹은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프랑스 혁명의 불길을 전파한 나폴레옹을 살아 있는 시대정신이라 칭했다. 헤겔은 “나폴레옹 자신의 힘으로 시대를 이끈 것이 아니라 시대가 스스로의 진보를 위해 나폴레옹을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살아 움직이는 역사는 스스로의 진보를 위해 이를 실현할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게 헤겔의 분석이다. 나폴레옹 역시 역사가 그를 도구로 선택했기에 시대의 영웅이 됐다. 이를 역사의 간지(干支:간사한 지혜)라 한다.

오늘날 같이 개인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맹신이 팽배한 시대에 인간을 도구로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개인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것이라는 믿음은 구시대적이고 반민주적인 사고에 가깝다. 우리가 처한 전환의 시대를 돌파하려면 시대정신의 요구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아마도 효력을 다한 20세기의 사회구성과 성장 공식으로부터 결별하고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균형으로 나가는 일이다. 여러 극복 과제가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서울 패권주의로 인한 양극화 해소와 정당 대표제로 굳어진 1987년 민주주의 체제의 갱신이다.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20세기의 유산이 서울 패권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말에 동의 한다면, 현재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주자가 이를 해소할 지는 의문이다. 또한 정당 권력의 핵심부에 속한 이들이 87체제를 극복하고 주권재민의 자치와 분권 시대를 열어갈 것인지 확실치 않다.

어느 때보다 중심이 아닌 경계(境界)에서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경계로부터의 전환, 이는 오늘 우리의 시대정신이라 하겠다. 역사적 맥락에서 수도권에 속하지 않고 자치와 분권을 외쳐온 변방으로의 충남은 변화를 위한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 인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모든 변혁은 경계에서 시작됐음을 기억하자. 중심에 있는 자들이 변화를 외칠 때 경계인(境界人)을 더욱 경계(經界)해야만 하는 이유를 역사는 말하고 있다.

중심과 변방 사이의 경계 지역인 충남은 시대의 간지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서울 패권을 균형발전으로 바꾸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자치분권의 민주주의로 해방하기 위해서는 비주류의 정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대를 변혁하고 싶다면 시대의 물결에 몸을 맡기는 것도 지혜다. 우리가 곱씹어 볼 대목이 아닌가 한다. 

/김기룡 충남취재 본부장

master@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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