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정한 '혁신금융' 고민할 때
[기자수첩] 진정한 '혁신금융' 고민할 때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9.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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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작년 4월부터 기존 금융 서비스와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업 또는 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해 규제 적용 특례를 인정하는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금융위는 110건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고, 실제로 출시된 서비스는 53건이다.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춰 금융산업에도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지만, 금융권에 적용되는 규제로 인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기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여 일부 제도와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는 뜻이다.

국민은행은 금융 서비스와 알뜰폰 서비스를 결합한 '리브엠'을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인정받았다. '리딩뱅크로서 새로운 시도'와 '첫 번째 혁신금융서비스'라는 수식어 등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리브엠은 시버스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감사 질의 대상으로 떠오를 위기에 처했다. 국민은행 노조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당시 부가조건이었던 은행 고유 업무를 침해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130여 개 지점에 리브엠 전담 매니저를 배치해 노조에서 지적한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금융 서비스와 통신 서비스 결합 사업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년 11월 리브엠 사업을 시작하며 세운 100만 가입자는 공허한 목표가 아닌 현실적 상황과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설정했을 것이다. 목표에 비해 리브엠의 실제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달 말 기준 리브엠 서비스 가입자는 8만명이 넘는 수준이다.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소비자 편의성'을 앞세운 리브엠을 주요 통신 서비스로 선택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리브엠의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국민은행은 생소한 서비스를 판매해야 하는 내부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동력을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처음 리브엠 서비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정받았던 '혁신성'과 '편의성'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자신의 이득을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들이 알뜰폰 서비스 중 하나로 리브엠을 선택지에 두지 않았다면, 이들이 강조한 '소비자 편익'은 공감성을 얻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리브엠으로 알뜰폰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진정한 소비자 편익과 혁신금융으로서 발돋움하기 위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