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세입자 분쟁 증가 예상"… 정부, '임대차 3법' 때 이미 알았다
"집주인-세입자 분쟁 증가 예상"… 정부, '임대차 3법' 때 이미 알았다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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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내년도 예산안 설명자료서 "임대차분쟁조정위 역할 중요"
김희국 "與, 스스로 '국민 편가르기' 정책… 늘어날 예산은 어쩌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임대차3법 등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임대차3법 등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 증가를 이미 예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야권에선 "결과적으로 국민을 편가르기 해 서로 싸우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정부와 여당 스스로가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의 2021년도 예산안 설명자료 중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운영 사업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임대차 3법 개정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명시했다.

또 "전국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에 최소 1개소 이상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예산 반영이 필요하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 부동산 전문가이자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김희국 의원은 이를 두고 "집을 가진 국민과 그렇지 못한 세입자 간 갈등을 조장하는 법을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고 질타했다.

또 "다시 그 갈등을 조정할 기구를 확대하며 세금을 낭비하는 정책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 개정안 등 임대차 3법을 내놨다.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세입자는 추가 2년의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집주인은 자신이 실거주하는 사정 등이 없으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임대료는 직전 계약액의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다. 다만 집주인이나 직계존속·비속이 주택에 실거주할 경우 계약 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있게 했다.

앞서 야권과 부동산 업계는 이를 두고 사유(私有) 재산권 침해와 소급 적용 등의 논란 소지가 있다고 논의를 요청했지만, 여당은 사안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상임위원회 표결부터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의결까지 모두 강행했다.

조수진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은 표결에 앞서 반대토론을 신청하고 "한 꺼풀만 거두면 문제점이 보인다"며 "시행 전까지 기존 계약을 끝내지 않으면 시세를 반영할 수 없어 벌써부터 전셋값이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로 치솟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며 "월셋집이 많아지면 서민 주거비용은 커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짚었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기존 세입자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법 시행 이전 올린 임대료 저리를 놓고도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조 의원 설명이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 역시 "지금 이 순간 가장 참담한 것은 이번 국회에서 통과한 임대차 3법과 부동산 세법은 과연 국회가 최선을 다했느냐"며 "우리가 정성들여 이 법안을 만들었다고 자신할 수 있으냐, 3분 즉석 요리하듯 법안을 만들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현재 2021년도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운영 예산으로 85억3800만원을 책정했다. 인건비 40억7400만원, 사업비 40억2200만원, 경상비 2억4000만원 등으로 구성한다.

또 하나 문제는 한 번 만들어진 기구에는 인건비 인상 등으로 해마다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당이 지난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처리 강행하면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외에 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감정원이 임대차분쟁조정위 추가 운영기관으로 지정됐다. 당장 올해 6개소, 내년에 6개소를 신규로 설치한다. 법률구조공단에 구축한 6개소를 포함해 총 18개 임대차분쟁조정위가 만들어진다.

올해 설치 계획은 인천·청주·창원(LH·한국토지주택공사)과 서울 북부와 전주·춘천(한국감정원)이다. 2021년도 설치 계획은 제주·성남·울산(LH), 고양·세종·대전·포항(한국감정원) 등이다. 신규로 설치할 12개 임대차분쟁조정위에는 연봉 9260만원을 받는 사무국장 1인, 6514만원을 받는 심사관 1인, 5193만원을 받는 조사관 각 3인을 배정한다. 사무국장은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한한다.

김 의원은 "국민 간 갈등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줄여 나갈 의무가 있는 정부와 여당이 스스로 국민간 갈등과 분쟁을 촉발시키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다"며 "한 쪽 손으로는 임대인의 뺨을 후려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등을 토닥이며 합의를 종용하는 장을 만드는 식의 이중적인 자세는 제대로 된 정부와 여당이라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또 "만약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극심해 서로가 신체와 생명을 해코지하는 일까지 일어난다면 그 책임은 정부와 여당이 온전히 져야 할 것이며,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민을 편가르고 갈등을 조장하는 분열적 정책을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김 의원 당부다. 

김 의원은 "설령 그런 엉터리 정책으로 인해 분쟁 증가가 예상되더라도, 최소한 1~2년간 제도 운용을 해보고 실제 발생하는 분쟁 건수 등을 분석한 뒤 합당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게 마땅하고 옳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예단해 우선 조직부터 늘리고 보자는 것은 순서도 맞지 않고, 세금을 내는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닌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강조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