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⑨ - 부모가 행복한 출산정책이 필요하다
[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⑨ - 부모가 행복한 출산정책이 필요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09.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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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인간이 어떤 행위를 결정하는 기준은 행복이다. 행복할 것으로 기대되면 실행하고 불행할 것으로 생각되면 회피한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에도 살아 있는 것보다 덜 불행할 것으로 생각해 선택한다.

아이를 출산하는 기준도 행복이다. 아이를 낳아 키웠을 때 자신의 인생이 더 행복해질 것으로 기대되면 출산을 선택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자신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다. 자녀의 수도 마찬가지이다. 세명 이상의 자녀는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자녀를 두명만 낳게 된다. 이와 같이 행복은 인간의 모든 의사결정을 지배한다.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원리는 단순하다. 욕심을 비우면 행복해진다는 주장이 많은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인간은 욕구가 충족되면 행복을 느끼고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행을 느낀다. 행복은 욕구가 충족되는 정도만큼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욕구 충족의 변화량만큼 행복을 느낀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욕구가 충족될 때 행복도가 높이 상승한다. 이러한 행복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 행복은 욕구 충족의 정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욕구 충족의 변화량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구에는 생리적 욕구, 물리적 안전 욕구, 경제적 안전 욕구, 정서적 욕구, 존중 욕구, 자아실현 욕구, 호기심 욕구 등 많은 욕구가 있다. 이러한 욕구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불행을 느낀다.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면 행복을 느끼고 이루지 못하면 불행을 느낀다. 행복은 이런 욕구가 충족이 안 된 상태에서 충족될 때 크게 상승한다. 몇 일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다가 꿀잠을 자게 되면 매우 행복해진다. 몇일을 굶다가 배부르게 식사를 하면 행복해진다.

이러한 불행과 행복은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 사라진다. 꿈에 그리던 직장에 취업해 매우 기뻐도 시간이 지나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이와 같이 욕구가 충족되면 행복해지나 그 행복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기 때문에 인간은 또 다시 욕구를 충족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원리로 행복은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출산도 행복의 지배를 받는다. 인간은 아이를 낳아 키웠을 때 자신의 인생이 행복할 것으로 기대돼야 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낳는 것은 아이를 위해 낳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을 위해 낳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장려 정책을 보면, 임신과 출산, 양육지원, 아동수당, 육아휴직 등의 아이를 위한 정책이 대부분인데, 아이를 위한 정책은 출산 장려 효과가 없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출산과 양육 환경 개선과 함께 아이를 낳아 키웠을 때 부모에게 이익이 가도록 해야 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요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이를 낳았는데, 그것은 많은 이익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리적 욕구 충족, 가정에서의 위상 확보, 경제적 이익, 물리적 안전 확보, 정서적 욕구 충족, 노후 부양 등 수 많은 이익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은 것이다. 현재 수많은 지원과 모든 것이 갖추어진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안 낳는 것은, 환경이 나빠서가 아니라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 이익이 안되기 때문이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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