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조사기관 발표에 따르면 버스터미널 무인 판매기에서는 어르신 5명 중 3명이, 패스트푸드점에서는 5명 중 5명꼴로 주문 결제에 실패한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원하는 메뉴를 찾는 데 어려움을 너머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다.
금융권을 보면, 무인점포는 일부 시중은행만 도입한 정도로 초기 단계에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권 무인점포는 이르면 내년 즈음부터 활성화 할 전망인데, 고령층이 일상적인 금융생활에서 이 같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책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위가 발표한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은행들의 점포 축소에 대응해 이동·무인점포 및 대체창구 활성화를 추진한다. 취지는 지점이 없는 지역에 사는 고령층 어르신들의 금융접근성을 최소한 보장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 점포 폐쇄 시 대체창구 마련은 현재의 제재를 약간이나마 강화할 수 있는 정도로, 점포가 필요한 지역들에 대체점포 문제가 쉽게 해결될 가능성은 미지수인 상태다.
우선, 은행의 점포 폐쇄 시 대체창구 마련은 금융위가 진두지휘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점포 폐쇄는 각 사 경영상 판단에 의해 결정하는 사안으로, 금융위에서도 이 때문에 언제 어느 지역에 폐쇄한 몇 개 점포를 각 은행에 어떻게 하라고 할 수 있지 않다는 점을 언급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이번 발표가 "노인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에 대해 은행이 조금 더 신경을 쓰라는 차원에서 나온 정도"며 "큰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고 폐쇄를 불가피하게 하더라도 고령층에 대한 접근성을 최대한 보장하라는 취지로, 계획을 정해서 알려주고 추진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방안에 대한 은행권 관계자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일례로 이동점포를 5일장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ATM 돌려서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라며, 정책당국에서 잘 본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행사나 명절 때 한시적으로 쓰는 것들인데 실제 영업점 창구를 대체할 용도로 활용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준비 없는 정책 선언은 국민들이 신뢰할 수 없다. 피로감도 양산한다. 이번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이 고령 인구 증가와 국가의 인구구조 변화라는 큰 틀, 모바일 금융 수요 증가와 점포 폐쇄 추세라는 큰 흐름에 있어 금융 소비자를 위해 이행하는 정책적 과제인 만큼,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히 교감하고 공정하게 절차를 다듬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