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조국 날린 국민의힘, 추미애는 '결정적 한 방' 없어
[이슈분석] 조국 날린 국민의힘, 추미애는 '결정적 한 방' 없어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0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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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추미애 아들 '황제 복무' 파상공세… 대통령 결단 촉구도
비위 의혹 많지만 확증 없어 부심… 與 초·재선은 적극 방어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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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황제 복무' 논란에 대해 연일 파상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결정적 한 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국 사태' 이후 20대 지지율이 또 한 번 요동치는 가운데 여야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정의를 준수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 연속해서 정의·공정과는 거리가 먼 두 사람을 앉혀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아무 말도 안 하고 그저 묵인하는 태도인데, 이점에 대해 분명히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1세기 일반 국민 수준이 어떤지 아시고, 불공정·불평등에 대한 국민 의식을 감지하라"며 "신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재차 촉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위 투성이… '스모킹 건'은 글쎄

추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 복무 과정 속 의혹은 △군 휴가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서씨가 휴가 후 미복귀 당시 군에 대한 외압이 있었는지 △무릎 수술 등 당시 병무청에 병가 기록이 왜 없는지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차출을 위한 압력이 있었는지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수사가 부실한지 여부 등이다.

서씨는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주한미군 소속 카투사(미군 소속 한국 사병)로 근무했고, 무릎 수술·회복을 위해 2017년 6월 두 차례 병가와 한 차례 개인휴가를 사용했다. 핵심 의혹은 2차 병가(6월 15∼23일) 이후 사용한 개인휴가(6월24∼27일)가 정상적인 절차로 이뤄졌는가 여부다.

야당은 현재 서씨는 병가가 끝난 뒤에도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개인휴가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모종의 압력이 가해졌다고 주장한다. 추 장관이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를 지내던 시점이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서씨를 통역병으로 차출하라는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도 추가로 나왔다. 압력성 청탁이 들어와 선발 과정을 제비뽑기로 바꿨다는 게 해당 부대 장교의 주장이다. 결국 서씨는 통역병으로 뽑히지 않았다.

현재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위 의혹 수사에 이어 추 장관 가족까지 수사선상에 올렸다. 다만 동부지검의 관련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추 장관은 지난달 검찰 인사를 통해 해당 사건 수사 인력을 교체했다. 동부지검장에는 김관정 전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임명했고, 수사를 맡은 형사1부장에는 수원지검 형사5부장 출신 인사를 앉혔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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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역린' 건드린 조국·추미애… 울분 토하는 흙수저

국민의힘은 이를 '제2의 조국 사태'로 규정하고, 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1년 전 '조국 사태'와 현재 '추미애 논란'의 공통점은 국민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고위층의 자녀의 병역 문제는 교육 문제와 함께 여론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민감한 사안으로 꼽힌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 9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조 전 장과의 딸 조모 씨가 고등학교 시절 의학 논문 제1저자에 이름을 올렸고. 성적과 관계없이 장학금을 받았다는 특혜 의혹이 나왔다. 이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국민의 공분을 부채질한 건 적반하장식 태도였다.

조 전 장관은 외국어고등학교·특수목적고등학교 등을 설립 취지에 맞게 규제해야 한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딸 조씨가 외고를 나와 이과대학에 진학한 뒤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뭇매를 맞았다.

추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거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불거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 '운전병 특혜 의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선거 후보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등을 앞장서 제기한 사실이 회자되면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3일 오후 점심식사를 마치고 공판이 열리는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3일 오후 점심식사를 마치고 공판이 열리는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퇴하라" 비난에도 '미소'… 與 초·재선은 막말 난무

야당 십자포화에도 추 장관은 아랑곳 않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당시 추 장관은 자신을 비판하는 주 원내대표의 목소리를 듣고도 미소 짓는 여유를 보였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을 향해 "중립성이 엄격히 요구되는 법무부 장관에 여당의 당적을 가진 전 대표를 임명한 것부터가 대단히 잘못됐다"며 "추 장관 아들 서모씨 사건은 추 장관 얘기대로 간단한 사건인데, 왜 동부지검은 8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소설 쓰네'라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특임검사나 특별검사의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며 "못 하겠다면 사임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 비판에 대해 추 장관은 국무위원석에 앉아 웃는 모습을 선사했고, 본회의 후 자리를 떠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민주당은 당내 강경파와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추 장관을 비호하고 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추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에 대해 "허위가 명백한 사실도 '폭로'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고 언론에 계속 보도되고 있다"며 "무책임한 의혹 남발"이라고 추 장관을 엄호했다.

이재정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의혹에 대해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야당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당사자 측이 해명하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식"이라며 "냉정하게 살펴보면 보도 내용과 의혹 제기 부분이 사실 관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 보도나 야당이 의혹을 부풀리는 데 계속 활용되지 않도록 검찰이 조속한 사실 확인을 공적으로 내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야당의 특임검사 요구도) 검찰 수사 이후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의 경우 "국민의힘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며 "군대 갔다 왔으면 이런 주장 못 한다"고 힐난했다. 이 과정에선 김 의원 말과 달리 민주당 내 군 미필자가 국민의힘보다 3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져 뭇매를 맞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8일 오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8일 오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공정' 트라우마… 예의주시하는 청와대와 與 지도부

그럼에도 20대 민심이 이반 양상을 보이면서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핵심 가치 중 하나가 '공정'이라는 걸 고려하면 추 장관 경질은 불가피하다. 국면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추 장관은 현재 숙원 사업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사법제도 개편에 선봉장으로 서 있다. 추 장관을 경질할 경우 국정 동력도 약해질 공산이 크다. 또 전·현직 법무부 수장을 이어 내치는 것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후폭풍이 거세질 가능성도 높다. 실제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찬-반 양론이 격화했고,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린 민심 때문에 나라는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10월 '조국 사태' 여파로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취임 이후 최저치인 30%대로 떨어진 바 있다. 이같은 양상은 이번에도 이어진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7일 공개한 9월 1주차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20대에서 지난주보다 7.1%포인트 떨어진 39%다. (YTN 의뢰, 8월 31일~9월 4일 조사, 전국 성인 2522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응답률 4.4%, 자세한 내용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측에 따르면 서모 씨 휴가 연장 당시 당직 사병이었던 A씨는 "서씨가 자신의 어머니를 믿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국회 출석도 불사하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음달 7일부터 예정인 국정감사 등에서 국면이 어떻게 흐를지 정치권은 긴장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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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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