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위험을 건너는 사람들
[e-런저런] 위험을 건너는 사람들
  • 신아일보
  • 승인 2020.09.0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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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인근 산책로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위험 통제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최근 연이은 태풍으로 한강 수위가 상승하면서 물에 잠긴 산책로 일부에 대한 진입을 제한했지만, 다수의 시민들이 이를 어기고 통제 구간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진입금지’ 팻말과 안전 삼각뿔 몇 개만 놓여있던 진입로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 글씨로 ‘위험’이라고 적힌 ‘통제선’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복잡하게 쳐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경고’를 무시했다.

일부는 몸을 웅크려 통제선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자전거를 끌고 온 사람들은 통제선을 피해 길가의 언덕으로 힘겹게 올라갔다가 다시 산책로로 내려가기도 했다.

사람들은 왜 굳이 이토록 수고롭게 안전한 곳에서 위험한 곳으로 건너가고 있었던 것일까. 해당 산책로는 다른 공원과 가깝게 이어지는 지름길이었고, 무엇보다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씨였기에 사람들은 한강 수위가 더 이상 높아질리 없는 안전한 상태라고 판단했을 터다.

하지만 강물의 수위는 강수뿐만 아니라 인근 댐의 방류량 조절로도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해당 산책로는 진입로에서 들어갈수록 지대가 낮아지는 형태로 일부 구간은 제법 물이 차 자전거를 타고도 지나갈 수 없는 지경이었다.

결국 사람들은 힘겹게 들어간 통제선으로 다시 힘겹게 되돌아 나와야 했다. 다행히 별다른 위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고는 사소한 방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권나연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