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시름에 잠겼다”
“반도체 업계 시름에 잠겼다”
  • 문경림기자
  • 승인 2009.06.01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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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수요 점차 줄어… 반도체시장 ‘먹구름’ 전문가 “올 하드웨어 분야 큰 타격 입을 것”
반도체 업계가 시름에 잠겼다.

온갖 악재 탓이다.

시장조사회사와 증권가는 하반기 반도체 수요 회복에 부정적이다.

저용량 메모리를 쓰는 넷 북이 일으키는 열풍도 달갑지 않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D램 시장에서 각각 34.3, 21.6%의 점유율(아이서플라이)을 기록하기는 했다.

하지만 D램 시장의 불확실성은 이들의 밝은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

하이닉스는 D램 비중이 75%에 달한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실적 개선이 어렵다.

근본적으로 수급에 휘둘리는 구조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70%에 가깝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D램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국내 회사들에게는 뼈아프다.

게다가 컴퓨터의 수요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도 어느덧 정설이 됐다.

시장조사회사 가트너의 피터 손더버그 부사장은 5월29일 기자간담회에서 “IT 업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특히 하드웨어 분야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2~3년에 걸쳐 느리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트너는 “올해 세계 컴퓨터용 반도체 판매액이 전년 대비 22.4% 줄어들 것”이라며 “하반기에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증권가도 여기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부정적 의견이 부쩍 늘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지표들에 따르면 PC 수요 개선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D램 가격의 인위적 급등은 생산업체들의 가동률 상승과 가수요에 의한 재고 재축적을 유도해 하반기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PC 부문 지표가 당초 예상보다는 좋게 나왔지만 여전히 매우 저조한 수준”이라며 “반도체 수요 회복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넷 북의 폭발적인 성장 또한 반도체 업계에게는 악재다.

넷 북은 1기가바이트 수준의 저용량 메모리 반도체를 채용한다.

기존의 PC나 노트북은 2기가바이트 이상의 제품을 썼다.

시장조사회사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1분기 넷 북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했다.

전체 노트북시장에서 점유율 20%를 올리며 어엿한 시장으로 부상했다.

일반노트북은 19% 감소했다.

최성제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니노트북 등 저가형 제품의 판매량이 늘어 PC 1대에 사용하는 D램의 수요 감소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는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는 여전히 불확실한 요소가 많은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었다.

이손석 하이닉스 마케팅담당 상무도 “2분기 반도체 가격의 급격한 인상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악재는 산적해 있는데 이렇다할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어두운 동굴에서 이리저리 헤매는 반도체 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