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없다’…LG화학-SK이노베이션, 연일 특허공방
‘협상은 없다’…LG화학-SK이노베이션, 연일 특허공방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9.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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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4일과 6일 서로 입장문 내며 반박에 재반박
협상 진전 없어 장외 여론전 이어지는 의문 제기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 침해·특허 소송전이 장외 공방전으로 번지면서 사실상 물밑 협상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공방은 격화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4일에 이어 6일 입장문을 잇따라 내면서 소송전의 핵심인 ‘특허번호 994’가 LG화학의 선행기술인지를 두고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의 994 특허는 배터리를 감싸는 파우치의 구조(3면 2컵 실링)에 관한 것이다.

앞서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지난달 28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특허 소송과 관련한 증거인멸을 주장하며 제재를 요청했다. 요청서에는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 대상 특허(994 특허)가 LG화학의 선행기술을 활용한 것이란 주장도 담겼다.

이와 관련해 LG화학은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이 이미 개발한 기술을 가져간 데 이어 이를 특허로 등록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특허침해 소송까지 제기한 후 이를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도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같은 날 “억지 주장”이라며 “LG화학은 경쟁사의 특허 개발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선행 기술이 있었다면, 지난 2015년 당시 994 특허 등록도 안 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LG화학은 지난 6일 “당사의 개발된 기술의 특허 등록은 핵심 기술의 요소를 갖추고 있는지 등 엄격한 기준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당시 내부 기준으로는 해당 기술이 특허로 등록해 보호받을 만한 고도의 기술적 특징이 없고, 제품에 탑재돼 자연스럽게 공개되면 특허 분쟁 리스크도 없을 것으로 판단해 특허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게 LG화학의 설명이다.

이어 LG화학은 “안타깝게도 당사는 경쟁사의 수준과 출원 특허의 질 등을 고려해 모니터링한다”며 SK이노베이션의 특허 등록을 평가 절하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선행기술 자료를 어떻게 특허 등록 전에 파악해 그걸 참조로 특허를 등록했는지부터 밝히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도 같은 날 “LG는 특허 자체의 논쟁보다 SK를 비방하는 데 몰두하다 상식 밖의 주장을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증거로 인용한 문서들과 관련해 “특허 관련 정보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며 “문서 제목만 제시하며 뭔가 있는 것처럼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LG에서 이직한 직원에 대해 LG에서 이직한 것 맞지만, LG화학이 관련 제품을 출시한 지난 2013년 보다 5년 전인 2008년 이직했기 때문에 순서상 억지 주장”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제발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 주길 바란다”며 “아니면 말고 식 소송과 억지 주장에 SK만 힘든 게 아니고, 국민들도 많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양사의 이 같은 장외 공방전은 내부적으로 협상 물밑 협상에 진척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동안 양사는 합의를 위해 물밑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항공업계 M&A나 자산 매각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결과적으로 상호 대화에 진전이 없었을 경우 폭로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강조해 왔다”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에도 대화나 협상에 진전이 없어 장외 공방전으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