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기자수첩] 정부,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0.09.0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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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역할이자 의무는 경제를 안정화함으로써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국가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되레 정부가 사회질서를 혼란스럽게 하고 민생경제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듯하다.

정부는 그저 수학공식에 대입하듯 학자들의 이상만을 정책에 반영하는 형국이다. 때문에 곳곳에서는 이로 인한 부작용만 나타나고 있다.

그 예로 ‘재포장금지법’을 들 수 있다. 환경부는 올해 7월1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하위 법령인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하려 했다. 이는 유통업체나 식품기업, 소비자 등이 선호하는 할인 방식 중 하나인 묶음 할인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이나 관련업계는 정상적인 행위도 규제하는 격이라며 비판했고, 결국 환경부는 전문가·업체들과의 원점 재검토를 위해 시행일정을 내년 1월로 미뤘다.

특히, 최근 약 20일째 지속되고 있는 전공의·전임의 집단휴진의 시발점 역시 정부의 독단적 정책 추진이라 볼 수 있다.

그간 의료계는 의료수가(의사 등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는 돈) 인상 등 의료행위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이뤄질 경우, 수도권 또는 특정 진료과로의 쏠림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상에 갇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였다.

정부는 의료 사각지대 없이 국민 모두가 의료혜택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목표만 보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방식이 잘못됐다. 정부는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적어도 정책시행을 위해 협조가 필요한 전문가단체 등 이해당사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가능한 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야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러한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 채, 의료계의 이해·수용만을 강제하며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집단휴진까지 이어졌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에게 돌아갔다. 지난달 병원 응급실 찾아 3시간 헤매던 40대 남성이 중태에 빠진 사례까지 발생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정부는 그제야 의정협의체를 통해 관련 정책을 전면 재논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정부는 앞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각계 전문가나 생업 현장의 근로자 등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우선 들어보길 바란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이번 집단휴진 등 일련의 사태를 거울삼아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을 볼모로 한 줄다리기를 해선 안 된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