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호텔업계, 사고의 전환 필요한 때
[기자수첩] 호텔업계, 사고의 전환 필요한 때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9.03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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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계가 바라보는 2020년은 ‘고난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아직 4개월가량 남긴 했으나, 막막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악재가 지속되면서, 외국인관광객은 오질 못해 객실은 텅텅 비고 대규모 마이스(MICE, 국제회의·전시회 등) 행사들은 잇달아 연기·취소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갈 때마다 ‘셧다운’ 공포를 직면하고 있고, 올 여름에는 사상 초유의 긴 장마로 호캉스(호텔과 바캉스) 수요는 확연히 줄었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 맞춰 늦캉스 패키지를 부랴부랴 준비했지만,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와 3단계 발령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가을시즌에도 타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 1~7월까지 호텔업계 누적 피해액은 약 1조2260억에 이른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올 한해 2조원 이상의 막대한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특급호텔을 포함한 모든 호텔들은 너나할 것 없이 비상경영체제다. 외국인관광객이 오지 않고, 비즈니스 행사를 열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빈 객실을 채우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렇다보니 호텔 이미지와 딱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홈쇼핑을 통해 패키지를 판매하고, 특급호텔에서는 보기 힘든 저가 상품이 출시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인터컨티넨탈 코엑스는 5성급 호텔 중 처음으로 홈쇼핑 GS샵에서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롯데호텔의 비즈니스 체인 ‘L7’은 롯데홈쇼핑을 통해, 신세계조선호텔의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역(구 서울 남산)’도 신세계TV쇼핑에서 패키지를 판매했다. 서울 초고가 호텔 중 하나로 꼽히는 반얀트리 클럽&리조트는 이달 중 유튜브 채널과 연계해 타임세일을 진행한다. 

한 특급호텔은 카드사 제휴로 30만원대 객실을 10만원대로 크게 낮췄고, 체크인·체크아웃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한 1.5박 상품이나 1박을 하면 1박을 덤으로 주는 1+1 패키지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자존심 접은 특급호텔’, ‘호텔가 눈물의 폭탄세일’, ‘눈물의 방팔이’ 등의 표현으로 호텔도 코로나19 앞에 별 수 없다는 식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호텔이 고가 정책을 고수했지만, 코로나19로 객실이 텅텅 비니 고육지책으로 자존심을 접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호텔 내부에서도 이런 마케팅이 브랜드 품격과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호텔들의 이런 시도는 ‘호텔은 비싸고, 문턱이 높다’, ‘돈 많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좋은 계기로 볼 수 있다. 호텔의 품격은 단순히 비싼 가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접객 서비스와 객실의 안락함, 비용 대비 만족도 등 여러 면에서 공력을 꾸준히 쌓아야 만들어 지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시도들은 문턱을 낮춰 다양한 이들이 호텔 경험을 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층을 확장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악재가 다시 반복돼도,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체질로 바뀌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는 호텔업의 미래와 시장 판도가 급변하게 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불필요한 자존심 대신 변화를 적극 받아들이고, 개방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호텔만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