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정부-의료계 갈등 두고 '눈치보기'… "돌아오라" 읍소만
정치권, 정부-의료계 갈등 두고 '눈치보기'… "돌아오라" 읍소만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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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원점 협상 거론… 정부-의료계 갈등 고착 보고만 못 있어
통합당 "정부, 국민 불안 야기" 비판하면서도 여론 살피며 '관망'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임시 의협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이날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 회의를 열고, 9월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임시 의협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이날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 회의를 열고, 9월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의료계 갈등을 두고 정치권의 눈치보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 생명이 정쟁 도마에 오른 가운데 여론 동향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의 파업을 언급하며 "어려운 국민께서 지금의 국가적 위기를 눈물로 견디고 계시는 것처럼 환자도 눈물로 의사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계신다"며 "의료계의 진료거부가 더욱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진정성을 갖고고 국회의 권한과 책임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의료계도 한시라도 빨리 환자 곁으로 와주시길 바란다. 그것이 환자와 국민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국민의 신뢰 위에 서 있는 의료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절박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야당과 신속하게 논의해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협의기구를, 국회 특위(특별위원회) 구성을 서두르도록 하겠다"며 "그 특위에서 지금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또 여러 가지 개선 대책에 대한 충분한 의견을 함께 듣고 협의해 의료 발전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들겠다"고 설득에 나섰다.

앞서 의료계는 정부의 △의학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에 반대에 집단 휴진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일반 국민도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집단 휴진 피해신고 지원센터' 운영한 결과 지난달 31일 47건, 이달 1일 57건 등 이틀간 104건의 피해신고가 들어오기도 했다.

민주당은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대전제는 지키되 의료계가 반발하는 의대 정원 확대 등 구체적 정책을 놓고는 한 발 물러섰다. 정부의 경우 일단 국회와 의료계 협상 결과를 기다리겠단 입장이다.

전날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대집 의협회장과 만난 후 "상호 간 논의를 이어갈 수 있고, 조속히 국민이 안심하도록 의료진이 환자 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며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에 대해선 최 회장이 내부 정리를 한 다음 저희에게 연락을 주기로 했다"고 알렸다.

강경 방침을 고수하던 민주당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배경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장기 고착 상태로 빠져드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

다만 당내에선 "집단행동을 한다고 애초의 주요 공약과 정책에 수정을 가하기 시작하면 수습이 어렵다"며 개혁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통합당은 정부의 의료 정책을 질타하면서도 의료계에는 힘을 불어넣지 않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일단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 난 다음에 원점에서부터 의료계와 정부가 협의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가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코로나19 종식 후 국회 내에 의료계 다수와 여야정(여당·야당·정부)이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이를 통해 원점부터 재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통합당은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 기로에서 방역 현장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과 대치,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전면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국면에선 정부를 비판할 수 있지만, 의사 수 증원에 찬성하는 여론이 많기 때문이다.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지역 민심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