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사 선생님'은 환자 곁으로
[기자수첩] '의사 선생님'은 환자 곁으로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09.02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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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사'자가 붙은 직업을 가진 이들을 엘리트 집단으로 분류하곤 한다. 판사, 검사, 의사, 변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이들 직업의 인기와 사회적 지위에도 일부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돈과 명예, 권력을 대표하는 직업으로 인식된다.

이 중에도 의사라는 직업명에 포함된 '사(師)'자는 '전문적인 기예를 닦은 사람'이라는 의미와 함께 '스승'이라는 뜻도 가진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의사를 '의사 선생님'이라고 부르곤 한다.

'선생(先生)님'은 통상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를 높여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동안 의사를 교사와 동급으로 높여 불렀을까? 사람을 살리고 낫게 하는 그들의 일이 사람을 가르쳐 사람답게 하는 일만큼이나 고귀하기 때문 아닐까?

5년 전 '응답하라 1988'이라는 TV 드라마에서 배우 박보검이 연기한 바둑천재 '최택'을 보고 바둑기사를 꿈꾸던 기자의 아들은 올봄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TV 드라마를 보고 장래 희망 직업을 의사로 바꿨다. 바둑기사와 의사 사이에 손흥민을 보고 잠시 축구선수를 꿈꾸기도 했다.

앞으로도 수없이 바뀔 수 있는 장래 희망이지만, 자신의 꿈을 대하는 초등학생의 자세는 나름 진지하다. 환자들을 위해 희생하고 열정을 쏟는 극 중 의사들의 모습에 단단히 감동을 받은 듯하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 최근 고민이 하나 생겼다. 고민의 발단은 의사 총파업이다. 머릿속에 그려왔던 것과는 딴판인 의사들의 모습이 연일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것을 보고는 진지하게 "의사라는 직업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집을 나설 때마다 휴대용 손 소독제를 직접 챙겨줄 정도로 건강과 위생에 민감한 녀석이다 보니 코로나19 상황에서 의사들이 병원 문을 닫는다는 게 적잖은 충격이었나보다.

의사들은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건강보험 적용 △비대면 진료 육성이라는 정부의 4대 의료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는 얘기는 하지 않겠다. 

다만, 대응 방법 차원에서 의사들 스스로가 "아픈 이를 치료하지 않겠다"라고 외치고 있는 게 과연 옳은가는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는 의사와 환자를 지킨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런 주장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환자 곁을 떠나서는 명분을 찾기 어렵다. 의사라는 직업은 결국 아픈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드는 '선생님'과 사람을 살리는 '의사'는 특히, 파업에 신중해야 한다. 하물며 '의사 선생님'으로 불렸던 이들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제 자리를 지키는 게 우선이다.

돈과 명예, 권력을 상징하는 직업의 '사'자로 불릴지, 선생님을 의미하는 '사'자로 불릴지, 선택은 의사들 자신에 달렸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