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1.3%로 하향 조정…"코로나 상황 악화"
한은, 올해 성장률 -1.3%로 하향 조정…"코로나 상황 악화"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8.2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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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 역성장 가시화
전문가 "한국 경제 '이중침체' 빠질 수도"…비관론 확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은)
이주열 한은 총재가 27일 서울시 중구 한은 임시 본원에서 열린 금통위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은)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1.1%p 낮춘 -1.3%로 조정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첫 역성장 가능성이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하향 추세가 지속되면 국내 경제가 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7일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올해 우리나라 실질 GDP 성장률이 작년 대비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지난 5월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코로나19 충격을 고려해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22년 만의 역성장을 예상했었다.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예상보다 더 악화함에 따라 3개월 만에 성장률 눈높이를 1.1%p나 추가로 내렸다.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 추세가 겨울까지 이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성장률이 -2.2%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실제로 '역성장'을 경험한 해는 1980년(-1.6%)과 1998년(-5.1%) 두차례 밖에 없다.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마이너스 성장(-1.6%)을 점쳤던 2009년조차 실제 성장률은 0.2%를 기록했다. 올해 역성장이 확정된다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첫 사례가 나오는 셈이다. 

내년 성장률은 2.8%로 전망됐다. 역시 직전 전망(3.1%) 보다 0.3%p 낮은 수치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0.4%와 1%로 제시됐다. 

최근 다른 국내·외 기관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제시한 바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을 가정했을 때 한국개발연구원(KDI)고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이 각각 -1.6%와 -1.9%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1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경우 한국 GDP 성장률이 -2.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경제 성장 전망치가 낮아지자,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가 '이중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재확산이 예상보다 조기에 시작되면서 희망적인 시나리오상의 V자 반등보단 비관적인 W자 형태의 이중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르는 의료·방역 붕괴 방지가 가장 급선무이며, 강력한 방역 조치가 민간 경제 활동에 부작용을 미치지 않게 하는 보완 대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오늘도 코로나19 확진자가 400명대를 기록한 만큼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은 거의 확실해지고 있는데, 성장률 전망치에는 그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의 월별 경제지표를 봤을 때 지표는 다소 회복되는 듯 하다가 다시 하락하고 있어, 앞으로 국내 경제는 더블딥에 빠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한은 금통위는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지난 3월 '빅컷'(1.25%→0.75%)과 5월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금리를 0.75%p나 내린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시장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축소 등에 힘입어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