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관, 자책감으로 허위진술”
“경호관, 자책감으로 허위진술”
  • 이재승기자
  • 승인 2009.05.27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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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노 前대통령 서거 3차 수사결과 발표
노무현 전 대통령 투신 당시 노 전 대통령과 부엉이바위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모 경호관이 자신의 실책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수사하고 있는 경남지방경찰청이 27일 3차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이모 경호관이 사건발생 직후 요인(대통령)을 완벽히 지키지 못했다는 충격과 자책감, 흥분, 불안 등에다 신분상 불이익 우려 등 심리적 압박으로 허위진술을 하게 됐다고 실토했다”고 밝혔다.

이노구 경남청 수사과장은 “경호관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동료 경호관들의 설득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사실대로 진술하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오전 6시10분께 부엉이바위에 도착해 이 경호관에게 “정토사에 선 법사가 있는지 보고 오지”라며 정토원에 다녀올 것을 지시했다.

이 경호관이 “모셔올까요”라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은 “아니, 그냥 확인만 해봐라”고 답했고, 이에 이 경호관은 정토원으로 뛰어갔다.

이 경호관은 부엉이바위에서 247m 떨어진 정토원 공양관 앞에서 선 법사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뒤돌아서 뛰어내려 왔으며 6시17분께 부엉이바위에 도착했으나 노 전 대통령은 자리에 없었다.

이 경호관은 휴대전화로 사저 경호동의 신 경호관에게 “잠깐 대통령님 심부름 다녀온 사이 대통령께서 보이지 않는다.

나와서 내려오시는가 확인좀 해라”고 말한 후 마애불 등산로와 부엉이바위 능선길, 수련원 등에서 노 전 대통령을 찾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이 경호관은 6시23분께 신 경호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찾았나. 안보이나”라며 다급히 물었고 신 경호관은 “안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호관은 수련원 옆길을 따라 호미든 관음상 방향으로 뛰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젊은 부부 한쌍과 나물을 캐던 아주머니를 만나 “등산객 한 명 안보이더냐”고 물었으나 “보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경호관은 다시 사자바위로 뛰어가면서 6시30분께 신 경호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저수지나 연꽃밭 쪽을 찾아봐라”고 통화하고 사자바위까지 갔다가 다시 정토원 요사체 앞에 내려와 선 원장을 만났다.

선 원장이 “무슨 일이지. VIP 오셨어”라고 묻자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한 후 부엉이바위로 다시 갔다.

6시35분께 신 경호관이 전화를 걸어와 “정토원 법당에 있을지 모르니 한번 보시죠”라고 하자 이 경호관은 “아니 없더라”고 답하고 부엉이바위로 뛰어 왔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부엉이바위 밑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밑을 내려다 보았지만 보이지 않자 등산로를 뛰어 내려가 바위 밑에 쓰러져 있던 노 전 대통령을 확인했다.

이 경호관은 6시45분께 현장에 도착해 “사고가 발생했으니 차대라”고 경호팀에게 연락하고 의식이 없는 노 전 대통령의 맥박을 확인한 후 오른쪽 어깨에 메고 공터쪽으로 뛰어내려와 인공호흡을 두 차례하고 차량에 탑승해 세영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은 이 경호관이 대통령 심부름을 받고 출발한 시간인 오전 6시14분부터 경호관이 또 다른 이 경호관에게 ‘차대라’라고 전화한 시간이 6시45분이므로 약 31분간 경호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노 전 대통령이 경호를 받지 않고 사고가 발생한 30여분 동안 목격자가 없고 사고현장에서 입증할 만한 다른 증거도 없어 이 경호관 등과 함께 현장실황조사 및 현장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는 6시14분부터 6시17분 사이 투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