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살나는 정권에 시멘트 발라준 통합당
[기자수첩] 박살나는 정권에 시멘트 발라준 통합당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8.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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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누가 잘하느냐' 여부가 아니라 '누구의 잘못이 더 크냐' 잣대가 지지율을 가르고 있다.

'호남 끌어안기'로 민심을 흔들었던 미래통합당이 8·15 광화문 집회를 고리로 또다시 박살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 발표한 8월 3주차 집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지난주 대비 4.9%p 오른 39.7%, 통합당은 1.2%p 내린 35.1%로 나타났다. (YTN 의뢰, 18~21일, 2511명 대상 임의 전화걸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 상세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거대 양당 모두 '대안 정당'의 면모가 없다는 걸 감안하면, 민주당 지지율은 앞으로 꾸준히 오르지 않아도 통합당이 1위를 되찾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와 투표도 이젠 믿을 게 되지 못 하는 양상으로 흐른다. 일부 지인만 봐도 지지하는 이유도 모른 채 '부화뇌동' 식으로 지지하는 게 상당수다. 가령 어떤 정치인이 싫다고 말하는 이에게 왜 싫은지 이유를 물으면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투표 역시 4·15 총선에서 60%가 넘는 이가 투표했지만, 시대와 분위기를 따라 투표한 게 다반사일 것이라 감히 추측한다.

정치는 '언어와 타이밍(시기)의 예술'이다. 통합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치적 공세라고 맞받았지만, 애초에 언어와 시기가 하자였다. 여당 공세에 대한 통합당 패착은 "무관하다"였다. 8·15 집회 다음날 보수 단체 책임에 대해 언급조차 않다가, 집회 후 사흘 뒤에야 "전광훈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면서도 "집회의 엄중한 목소리엔 귀 기울여야 한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민심이 들끓는 양상을 보이자 이틀 더 지나서야 선을 긋기 시작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차라리 "가지마라"였다면, 부동산 민심과 당내 여러 돌발 사고를 만회하기 위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여당 공격을 어느정도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에도 통합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은 전광훈 씨와 극우단체를 두고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했고,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며 여당의 치졸한 공세를 똑같이 시전했다.

'제궤의혈'이란 말이 있다. 방축도 개미 구멍으로 무너진다는 뜻으로, 사소한 실수로 큰일을 망쳐버리는 걸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현대판 정치는 '누가 먼저 박살나느냐' 여부가 생존 여부를 가른다. 땜질식 부동산 처방에 산더미 같은 나라빚, 잊을만 하면 터지는 성추행, 내로남불식 논리 등 최근 각종 사고만 터지면 민주당이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올라가는 지지율은 생각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시멘트를 발라줬다.

만년 여당만 했던지라 싸울 줄도 모르고, 야성도 없다. 최근 4년간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개미 구멍이 무엇인지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통합당의 미숙함에 중도층은 마음 둘데 없이 또다시 방황하고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