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⑥ - 저출산은 환경이 나빠서가 아니다
[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⑥ - 저출산은 환경이 나빠서가 아니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08.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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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물리적 안전과 경제적 안전이 확보되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게 됨에 따라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어져 아이를 안 낳는 것이 저출산 현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안전이 확보되었는지 살펴보자.

인간의 물리적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에는 범죄, 전쟁, 질병, 맹수, 자연재해 등이 있다. 이러한 위험 요소는 우리나라의 경우 1900년경부터 정복되기 시작하여 1990년경에는 완벽한 수준으로 개선되었다.

호랑이, 늑대, 곰 등의 맹수는 총의 보급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한반도에서는 총의 보급과 함께 적극적인 맹수 제거 정책으로 1940년대에 전멸하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가뭄과 홍수는 매년 발생하는 연중행사였다.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붉은 산’일 정도로 산에 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해는 강과 하천의 정비와 함께 1960년대부터 실시한 산림녹화가 효과를 발휘하여 산에 나무가 울창해짐에 따라 1990년경에 완벽하게 극복되었다.

전염병은 1954년부터 실시한 백신 접종으로 완벽한 수준으로 예방되고 있으며, 신생아의 절반 정도가 2년 이내에 사망하던 것이 의학이 발달하여 현재는 1000명당 3명으로 감소하였다.

2차세계대전 이후 전쟁도 감소하였다. 교역의 확대와 전세계의 노력으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이후 대규모의 전쟁이 거의 사라졌다.

유럽의 경우, 원시시대에는 전체 인구의 15%가 피살되어 죽었으며, 1500년경에는 인구 10만명당 50명 정도가 피살되어 죽었을 정도로 살인 등의 범죄가 많았으나 현재는 1명대로 감소하였다. 2012년, 우리나라는 유럽보다 낮은 0.84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범죄가 감소한 것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하여 전등, 라디오, TV, 전화, 핸드폰, CCTV, 디지털, 블랙박스, 자동차, 아파트 등의 안전도구가 출현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인간을 위협하던 요소들이 1990년경에는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정복되었다.

경제적 안전도 1910년경부터 개선되기 시작하여 1990년경에는 완벽한 수준으로 개선되었다. 1953년 67달러이던 1인당 GDP는 2018년 3만3434달러로 증가하였다. 1970년대부터는 식량이 증가하여 굶어 죽는 사람이 사라졌다. 현재는 건강보험과 각종 수당, 연금을 통하여 노년에도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제 성장의 결과, 남자의 평균키는 1914년 159.8cm에서 2014년 174.9cm로 100년 사이에 15.1cm가 커졌으며, 여성의 평균키는 142.2cm에서 162.3cm로 20.1cm가 커졌다.

물리적 안전과 경제적 안전의 정도를 잘 보여주는 지표가 평균수명이다. 1910년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24세였으나, 이 당시 영유아 사망률이 60% 이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910년의 실제 평균수명은 10세에도 못 미친다. 이렇게 낮았던 수명이 2018년에는 83세로 증가하였다. 물리적 안전과 경제적 안전이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명이 긴 국가일수록 출산율은 낮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물리적 안전과 경제적 안전이 확보되면 모여 살 필요가 없어짐에 따라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저출산 현상은 아이를 낳을 환경이 나빠서가 아니라,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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