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건강식 찾는 소비자, 선택 폭 넓어진다
간편·건강식 찾는 소비자, 선택 폭 넓어진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8.1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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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업, 맞춤형 제품 개발 확대…농진청 식품구매 트렌드 분석
CJ제일제당·동원·야쿠르트 등 적극 투자로 간편식 상품군 세분화
매일유업 단백질 시장 뛰어들고, 빙과 만든 빙그레 건강식품 론칭
서울 모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국탕찌개 간편식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모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국탕찌개 간편식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CJ제일제당과 동원F&B, 매일유업 등 국내 식품기업들은 최근 10여 년간 ‘간편함’과 ‘건강함’을 중심으로 바뀐 소비 패턴에 맞춰 관련 상품을 개발하고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와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에 따르면 식품 구매는 간편 소비와 건강 중시 등의 패턴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1인가구의 증가와 함께 혼밥·집밥 문화의 확산으로 가정에서도 외식 못지않은 맛과 품질을 즐길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상품군이 크게 확대되는 한편, 다이어트와 면역력 증대 등의 높은 관심으로 건강식품 소비가 활발해지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농진청이 1500명의 소비자 패널을 대상으로 ‘2010-2019 농식품 소비행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건강을 중시한다는 응답은 29.1%로 가장 높았고, 먹기 편리함과 구매 용이에 대한 응답 역시 각각 17.4%와 13.1%로 나타나 편의성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건강과 영양성분에 대한 소비자 관심지수는 ‘10년 전과 비슷함’을 0으로 기준할 때, 각각 1.10과 1.02를 나타내며 1.21의 안전한 농식품에 이어 2, 3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2030 젊은층을 중심으로 전 세대에 걸쳐 편의식품과 냉동식품 구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간편식을 포함한 가공식품의 가구당 소비는 2014년 176만원에서 2019년 211만원으로 35만원 늘었다. 

농진청 관계자는 “생산이 소비로 직결되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소비자 취향을 만족시키는 제품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며 “최근 들어 식품 소비패턴은 1인가구 구매력 증가와 건강 중시, 소비 편의와 맞물려 간편식을 비롯한 가공식품 구매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식품기업들도 변화된 식품 소비패턴에 맞춰 관련 상품을 활발히 내놓고 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는 가정간편식이다. 

국내 최대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을 필두로 동원F&B와 대상, 오뚜기 등 종합식품회사는 물론 농심과 한국야쿠르트 등 여러 업체들이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규모는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은 2015년 1조6823억원에서 2022년 5조원의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카레·짜장류 등에 국한된 간편식은 식품기업들의 적극적인 R&D(연구개발) 투자로, 즉석밥과 만두, 볶음밥뿐만 아니라 국탕찌개, 한식반찬, 생선구이 등으로 범위가 대폭 확장됐다. 

서울 모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CJ제일제당의 컵밥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모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CJ제일제당의 컵밥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간편식 최강자로 꼽히는 CJ제일제당은 ‘햇반’과 ‘비비고’로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의 약 1/4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즉석밥 햇반은 1996년 말 출시돼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 3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사상 첫 연 매출 5000억원 돌파가 기대된다. 비비고는 만두를 시작으로 국탕찌개, 죽, 상온안주, 한식반찬, 생선구이 등 상품군을 지속 확장하면서, 한식 간편식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CJ제일제당은 연내 웰빙(Wellbeing)에 초점을 맞춘 차세대 간편식인 ‘더비비고’를 출시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기존의 비비고가 맛과 품질,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더비비고는 CJ제일제당의 첨단식품기술이 집약된 건강 지향적인 간편식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F&B는 대표 브랜드 ‘양반’을 앞세워 지난 5월 말 파우치 형태의 국탕찌개를 출시하며 간편식 시장에 본격 뛰어 들었고, 대상은 야식 특화 브랜드 ‘안주야(夜)’와 저칼로리 다이어트식 ‘라이틀리’로 간편식 세분화를 주도했다. 

‘3분 카레’로 국내 간편식 시장을 연 오뚜기는 최근 컵밥 용량을 20% 늘리고, 전국 주요 맛집 노하우를 담은 지역식 국탕찌개와 채식 만두·볶음밥 등을 잇달아 출시하며 간편식 상품군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이 외에 라면을 주력으로 하는 농심은 국물요리 노하우를 앞세워 간편식 브랜드 ‘쿡탐’으로 국물요리와 라볶이 등을 출시했고, 발효유 전문기업 한국야쿠르트는 간편식의 또 다른 종류인 밀키트(Meal kit, 식사키트) 시장에 뛰어들어 한식부터 양식, 세계요리까지 다양한 밀키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매일유업의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의 코어 프로틴 플러스. (제공=매일유업)
매일유업의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의 코어 프로틴 플러스. (제공=매일유업)
빙그레가 론칭한 여성 건강 브랜드 ‘비바시티’ 제품들. (제공=빙그레)
빙그레가 론칭한 여성 건강 브랜드 ‘비바시티’ 제품들. (제공=빙그레)

식품기업들은 건강에 대한 높은 니즈(Needs)를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상품도 내놓고 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시장 규모는 2012년 1조7000여억원에서 올해 5조원대로 커지는 가운데, 기존의 건강식품기업뿐만 아니라 식품기업들도 잇달아 건기식 시장에 진출했다.

유업계 대표 기업인 매일유업은 성인영양식을 표방하는 단백질 전문 브랜드 ‘셀렉스’를 2018년 내놓고 영양바와 파우더, 액상 등 라인업을 꾸준히 확장하면서, 론칭 1년 만에 연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제과 명가 오리온은 닥터유 브랜드를 앞세워 지난해 닥터유 단백질바에 이어 최근 RTD(Ready to Drink) 단백질 음료 ‘닥터유 드링크’를 출시했다.

바나나맛우유·메로나 등 인기 제품을 보유한 빙그레는 지난해 6월 건강식품 통합브랜드 ‘TFT’를 론칭하고, 주력인 2030 여성을 위한 ‘비바시티’를 포함한 다양한 소비층을 위한 건기식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식자재·외식기업인 아워홈도 지난해와 올해 유산균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건강식품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