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없다" 전광훈 시험 이겨낸 통합당?… 묵은 때 여전
"관련 없다" 전광훈 시험 이겨낸 통합당?… 묵은 때 여전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8.1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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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광훈 코로나19 확진에 "통합당 사죄하라"
김종인 "광복절 집회와 야당 무슨 관련이냐" 선긋기
다만 지지층 결별 곤란… 극보수·중도 양쪽 눈치보기
지난해 11월 20일 단식투쟁에 돌입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 대표인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0일 단식투쟁에 돌입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 대표인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코로나19 확진으로 '극보수 결별' 시험대에 선 미래통합당이 관문을 통과하는 모양새다. 극보수와 선을 그으면서 중도층 끌어안기에 나섰지만, 당 안팎의 묵은 때는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18일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광복절 집회와 야당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여당의 전광훈-통합당 결부를 비판했다.

앞서 전 목사는 광화문 광장 등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감행해 여론의 비난을 사던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개신교 안에서도 이단 판정을 받은 전 목사를 두고 여론은 '제2의 이만희 수준의 방역 테러범'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전 목사의 관계를 고리로 이번 사태에 대한 통합당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신천지 사태에 이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특정 교회의 반사회적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전 목사는 방역을 방해하고 코로나19를 확산시킨 법적·도덕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며 "통합당은 8·15 집회 강행을 사실상 방조했다.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압박했다.

같은 당 윤관석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범한 통합당 몇몇 정치인에 대한 통합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고, 재발방지도 약속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통합당은 앞으로 코로나19 재확산 방지에 함께할 것인지, 아니면 무책임한 광화문 집회 같은 것을 계속 방치하고 참여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하게 밝힐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몰아붙였다.

박성준 원내대변인도 "이쯤 되면 전 목사 등 보수단체와 통합당의 일부 인사의 행동은 코로나19 재확산의 방조범이자 민주주의 파괴자"라며 "통합당과 전광훈 등 보수단체는 전세계적 위험을 초래한 행위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힐난했다.

민주당의 전광훈-통합당 연결 공세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전 목사 관계가 시발점이 됐다. 개신교 신자인 황 전 대표는 지난 20대 국회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위 의혹을 고리로 전 목사가 주도하는 '문재인 대통령 하야' 집회에 참석하는 등 전 목상와 우호적 관계에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통합당은 김종인 체제로 접어든 후 '친박계'라는 인식 등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부 아류가 남은 상태다. 이번 집회에도 홍문표 의원과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 속 호남 공략 등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여당에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반정부 시위 참석자 대부분이 통합당 지지 기반인 보수단체인 만큼 이들과의 완전 결별도 곤란한 실정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에서 코로나19 지역 감염이 계속 늘어나는데 방역적인 측면에서 보면 광화문 집회는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모여 정권을 비판했다는 '메시지(의미)'는 달리 봐야 할 것"이라며 "방역적인 측면만 얘기하는 것은 전체를 균형 있게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중진이자 개신교 신자인 하태경 의원의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목사를 향해 "코로나 사태 초기 신천지보다 더 질이 나쁘다"며 즉각 구속을 요하면서도, 나아가 민주당과 서울시가 집회 금지 장소인 광장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분향소 설치해 전 목사 측의 광화문 집회 강행에 빌미를 준 것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은혜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전 목사에 대해 "비판받아 마땅하며 책임있는 자리에서 책임있는 행동을 못한 데에 응분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주말에 모인 많은 국민은 정부·여당에 호소하러 간 것이지 전 목사를 보러 간 게 아니다. 국민의 비판 목소리를 겸허히 들어야 할 집권당이 본인들은 빠지고 오히려 국민에 덮어씌우는 정략적 의도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