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광복절 집회와 야당 무슨 관련이냐" 선긋기
다만 지지층 결별 곤란… 극보수·중도 양쪽 눈치보기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코로나19 확진으로 '극보수 결별' 시험대에 선 미래통합당이 관문을 통과하는 모양새다. 극보수와 선을 그으면서 중도층 끌어안기에 나섰지만, 당 안팎의 묵은 때는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18일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광복절 집회와 야당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여당의 전광훈-통합당 결부를 비판했다.
앞서 전 목사는 광화문 광장 등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감행해 여론의 비난을 사던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개신교 안에서도 이단 판정을 받은 전 목사를 두고 여론은 '제2의 이만희 수준의 방역 테러범'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전 목사의 관계를 고리로 이번 사태에 대한 통합당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신천지 사태에 이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특정 교회의 반사회적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전 목사는 방역을 방해하고 코로나19를 확산시킨 법적·도덕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며 "통합당은 8·15 집회 강행을 사실상 방조했다.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압박했다.
같은 당 윤관석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범한 통합당 몇몇 정치인에 대한 통합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고, 재발방지도 약속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통합당은 앞으로 코로나19 재확산 방지에 함께할 것인지, 아니면 무책임한 광화문 집회 같은 것을 계속 방치하고 참여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하게 밝힐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몰아붙였다.
박성준 원내대변인도 "이쯤 되면 전 목사 등 보수단체와 통합당의 일부 인사의 행동은 코로나19 재확산의 방조범이자 민주주의 파괴자"라며 "통합당과 전광훈 등 보수단체는 전세계적 위험을 초래한 행위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힐난했다.
민주당의 전광훈-통합당 연결 공세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전 목사 관계가 시발점이 됐다. 개신교 신자인 황 전 대표는 지난 20대 국회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위 의혹을 고리로 전 목사가 주도하는 '문재인 대통령 하야' 집회에 참석하는 등 전 목상와 우호적 관계에 있었다.
실제 통합당은 김종인 체제로 접어든 후 '친박계'라는 인식 등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부 아류가 남은 상태다. 이번 집회에도 홍문표 의원과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 속 호남 공략 등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여당에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반정부 시위 참석자 대부분이 통합당 지지 기반인 보수단체인 만큼 이들과의 완전 결별도 곤란한 실정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에서 코로나19 지역 감염이 계속 늘어나는데 방역적인 측면에서 보면 광화문 집회는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모여 정권을 비판했다는 '메시지(의미)'는 달리 봐야 할 것"이라며 "방역적인 측면만 얘기하는 것은 전체를 균형 있게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중진이자 개신교 신자인 하태경 의원의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목사를 향해 "코로나 사태 초기 신천지보다 더 질이 나쁘다"며 즉각 구속을 요하면서도, 나아가 민주당과 서울시가 집회 금지 장소인 광장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분향소 설치해 전 목사 측의 광화문 집회 강행에 빌미를 준 것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은혜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전 목사에 대해 "비판받아 마땅하며 책임있는 자리에서 책임있는 행동을 못한 데에 응분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주말에 모인 많은 국민은 정부·여당에 호소하러 간 것이지 전 목사를 보러 간 게 아니다. 국민의 비판 목소리를 겸허히 들어야 할 집권당이 본인들은 빠지고 오히려 국민에 덮어씌우는 정략적 의도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