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盧 전대통령 서거 후 외부와 접촉 끊어, 임채진 총장, 서울역사박물관 분향소 방문 조문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를 잠정 중단한 가운데 25일 대검찰청 청사는 ‘침묵’ 속에 잠겼다.
이인규 대검찰청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 우병우 중수1과장 등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해 온 수사팀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었다.
홍만표 수사기획관 주재로 매일 열렸던 수사 브리핑도 무기한으로 잠정 중단됐으며, 북적거렸던 취재진도 상당수 빠져나가 대검찰청 청사에는 적막감 마저 흐르고 있다.
특히 대검찰청은 23∼24일 연속 검사장급 회의를 열었던 모습과는 달리 월요일마다 과장급 간부가 모여 현안을 논의했던 정례회의를 취소한 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대검찰청은 다만 이날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애도기간인 점을 감안, 유흥업소 출입을 금지하는 등 근무기강 확립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각급 검찰청에 시달했다.
아울러 국민들에게 빈축을 살만한 언행을 자제하고 전 직원이 상시 비상연락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청사 등 주요 시설물에 대한 방호 및 경계를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타 기관장과 마찬가지로,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추모의 념을 담아 각급 검찰청도 지역 사정에 따라 적절한 때에 지역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분향하라고 지시했다.
임채진 검찰총장도 외부에 일정을 알리지 않은 채 문성우 차장 등과 함께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방문, 조문했다.
취재진의 온갖 질문에는 일체 함구했다.
그러나 ‘무리한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네티즌의 항의는 계속되고 있다.
대검 홈페이지(-www.spo.-go.-kr) 게시판 등에는 이날만 수백명의 네티즌이 성토의 글을 남겼다.
한편 검찰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시기를 늦추는 등 박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를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끝난 후로 미뤘다.
하지만 이번 수사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충격에 빠져 ‘입을 닫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공여자’인 박 전 회장의 진술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박 전 회장이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쨌든 장례 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의혹을 원칙대로 철저히 수사, 내달 중순께 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검찰이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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