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세론' 흔들… 이재명 '언더독' 통했다
이낙연 '대세론' 흔들… 이재명 '언더독' 통했다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8.1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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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차기 대통령감으로 이재명 19% 1위… 이낙연 17%"
이낙연, 취임 후 계속 1위 가도… 현재 진보·중도·보수 "이재명"
대선 1년 반 앞두고 '밴드왜건 효과' 제동… 이재명 '뚝심' 주목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이낙연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부터 차기 대통령 주자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자리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내줬다.

14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차기 대통령감을 물은 결과, 이 지사가 19%의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로 2위로 밀려났다.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는 후보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자유 응답으로 진행했다.

지역별로 이 지사가 앞선 곳은 △서울 (이재명 18%, 이낙연 14%) △인천·경기 (이재명 27%, 이낙연 13%) △대전·세종·충청 (이재명 19%, 이낙연 18%) △대구·경북 (이재명 15%, 이낙연 7%) 등이다.

이 의원은 △광주·전라 (이재명 17%, 이낙연 45%) △부산·울산·경남 (이재명 13% 이낙연 18%)에서 우세했다.

남성(이재명 25%, 이낙연 16%)은 이 지사를 더 지지했다. 반면 여성(이재명 13%, 이낙연 18%)은 이 의원을 더 선호했다.

연령대로 보면 이 지사는 △18∼29세 (이재명 17%, 이낙연 9%) △30대 (이재명 27%, 이낙연 17%) △40대 (이재명 31%, 이낙연 18%)에서 크게 앞섰다.

반면 이 의원은 60대 이상(이재명 8% 이낙연 18%)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이 의원(이재명 28%, 이낙연 37%)을 택했고, 미래통합당 지지층은 이 지사(이재명 10%, 이낙연 3%)를 선택했다.

성향별로 △진보 (이재명 33%, 이낙연 29%) △중도 (이재명 18%, 이낙연 15%) △보수 (이재명 14%, 이낙연 12%) 등 수치를 보였다. 모든 진영에서 이 지사가 앞섰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 한국갤럽·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확인)

이같은 결과는 이 지사의 '언더독(강한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약한 후보를 지지해 선거 판세를 바꾸는 것)' 전략이 어느정도 통했다는 걸 방증한다.

반면 이 의원의 '밴드왜건 효과(이길 가능성이 큰 강한 후보에게 유권자의 지지가 쏠리는 현상)'는 탄력을 잃은 양상이다.

통상 정치권은 차기 대통령 선거 약 1년 6개월 전부터 경선에 불을 붙인다.

가령 2002년 16대 대선을 1년 반정도 남겨두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했고,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당시 바닥을 기어다녔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고, 대한민국은 엄청난 이변을 실감했다. 2007년 대선을 1년 반쯤 앞두고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박근혜 후보와 고건 후보에게 밀리고 있었지만, 반전에 성공했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 9일이다. 당 경선은 보통 본선을 4~5개월 앞두고 치러진다. 내년 말 경선을 실시한다면 선거는 1년 반이 남은 셈이다.

대세로서 대권가도를 달리던 이 의원은 현재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에서의 당권 경쟁 중이다. 

이번 결과에 관심이 더욱 쏠리는 이유는 이 의원의 불패 신화 때문이다.

21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한 이 의원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특히 2003년에는 본인이 몸 담고 있던 새천년민주당이 위기를 맞았고, 열린우리당과 분당했다.

당시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발의까지 나오면서 새천년민주당은 이전까지 여당이었음에도 17대 총선에서 9석밖에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당적을 옮기지 않고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인 9명 중 한 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18~19대 총선에서도 국회에 입성해 4선 중진에 올랐고, 2014년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전라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행정부에 발을 딛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까지 오르면서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는 신화를 썼다.

하지만 취임 초만 하더라도 각종 송사로 대권 지지율 최하위를 맴돌던 이 지사가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이 의원 가도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과천 신천지 총회본부에 대한 전격적인 강제조사와 수술실 감시카메라 설치, 정부보다 앞선 재난기본소득 지급 등을 통해 과감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