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쓰나미에 꺾인 '촛불정부'… 통합, 민주 지지율 역전
악재 쓰나미에 꺾인 '촛불정부'… 통합, 민주 지지율 역전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8.1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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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율 33.4%… 통합당 36.5%로 46개월 만에 역전"
부동산·성추행·다주택 등 원인… 與 "요인 곧 제거된다" 일축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견고했던 집권 여당 지지율이 '부동산 투기 과열'과 '도덕성 상실' 등 악재 쓰나미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4·15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지 네 달 만이다.

1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507명 대상으로 8월 2주차 정당 지지율을 집계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33.4% △미래통합당 36.5% △무당층 14.5% 등을 기록했다. 민주당은 지난주보다 1.7%포인트 내렸고, 통합당의 경우 1.9%포인트 오르며 지지율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정통보수 공당이 지지율 고지를 점령한 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던 지난 2016년 10월 3주차 조사 이후 46개월 만이다.

특히 민주당의 핵심 기반인 진보층이 통합당을 지지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진보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55.4%로, 지난주보다 3.9%p가 빠졌다. 반면 통합당은 보수층에선 59.7%로 -3.5%p 떨어졌지만, 진보층 5.1%p를 흡수했다.

두 당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중도층이었다. 중도층에선 지난주보다 0.7%p 하락한 30.8%가 민주당을, 2.2%p 상승한 39.6%가 통합당을 선택했다. 8.8%p 차이난다. (TBS 의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 자세한 내용 리얼미터·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고공행진하던 민주당 지지율은 4·15 총선 후 터진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양정숙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의 차명 부동산 거래 의혹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 갈등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부동산 대책 실효성 문제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보유 등으로 동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에 처음으로 지지도를 추월당했다는 한 여론조사 업체의 결과가 발표된 1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에 처음으로 지지도를 추월당했다는 한 여론조사 업체의 결과가 발표된 1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촛불 정부' 기치가 꺾이자 여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지지율 하락에 대해 "역전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며 "정부·여당이 큰 실책을 범했다거나 정책적 오류를 범했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상황적 요인이 크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호우 피해도 없어지지 않겠느냐"며 "부동산 시장도 안정되면 상황의 요인은 곧 제거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기 당권에 도전한 3인과 일부 대권잠룡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오류와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소유 등을 원인으로 꼽으며 예사롭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의원은 최근 참여한 방송 토론회에서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을 처분해서 집 하나만 가져라' 말해놓고 자기들은 굼뜨게 대처했다는 것에 (국민은) 몹시 속상했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부겸 전 의원의 경우 "부동산 정책 등 민생에 실질적으로 와닿는 실적을 못 보인 것이 크다"고 지지율 하락 원인을 분석했다. 박주민 의원은 "당이 생각한 공정과 20대가 생각하는 공정성의 차이점을 못 읽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정책으로 인한 고통과 어려움이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제일 큰 영향은 부동산 문제"라고 짚었다.

청와대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여론조사에 대해 "당면한 수해 복구와 코로나19 방역, 부동산 안정화 등을 위해 국정 행보를 해나갈 것"이라고 일축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 정운천(오른쪽), 정희용 의원이 13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에서 수해 복구 활동 중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 정운천(오른쪽), 정희용 의원이 13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에서 수해 복구 활동 중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통합당은 '21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총선 백서를 발표하며 "좋은 백서를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며 '통합당 구성원 어느 누구도 과거 잘못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과거 실책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특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중도층 민심을 흔들고 있다. 또 경제민주화와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 한국형 기본소득제 도입 등 진보권 의제를 제시하면서 쇄신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