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냐 하이트진로냐…맥주 왕좌 두고 힘겨루기 '치열'
오비냐 하이트진로냐…맥주 왕좌 두고 힘겨루기 '치열'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8.13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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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카스' 독주 속 '테라' 선전에 점유율 10% 후반대 좁혀
오비, 높은 충성도 올드한 이미지 탈피 노력 "독보적인 1위 고수"
하이트, 단시간 인지도 제고 유흥시장 압도적 우세 "판도 바꾼다"
오비맥주의 ‘카스(좌)’와 하이트진로의 ‘테라(우)’ (제공=각 사)
오비맥주의 ‘카스(좌)’와 하이트진로의 ‘테라(우)’ (제공=각 사)

맥주업계 맞수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경쟁은 올 들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오비맥주의 ‘카스’가 10여 년간 독주하고 있으나, 하이트진로의 야심작 ‘테라’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며 카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 카스가 젊고 신선한 이미지로 2010년대 초반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맥주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면, 이제는 테라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세대교체를 자신하는 형국이다.

13일 관련업계와 증권가,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가정용 소매시장 판매량 점유율에서 오비맥주는 48.9%, 하이트진로는 30.8%였다. 전년과 비교해 오비맥주는 0.6% 줄고, 하이트진로는 3.9%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카스 후레쉬는 36%로 1위를 고수했고, 하이트진로의 하이트는 7.3%를 차지했다. 신제품 테라는 출시 10개월도 안 돼 7.2%를 점유하며 하이트와 맞먹는 수준이 됐다.

올 상반기의 경우,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각각 53%, 34%로 추정된다. 두 업체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20%대의 격차를 보였지만, 이제는 10% 후반대로 좁혀졌다. 대표 격인 카스는 30% 후반대, 테라는 하이트보다 높은 10% 후반대를 점유했다. 출시 1년 2개월여 만에 8억6000만병이 판매된 테라 열풍이 시장점유율로 고스란히 이어진 것이다. 관련업계는 올 하반기 테라의 선전으로 하이트진로의 가정용 시장점유율은 최대 4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체 주류 소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유흥시장에서 맥주 판매량·점유율은 업계 특성상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증권가는 여의도·강남 등 서울 주요 상권과 수도권에서 테라가 카스 판매량을 압도한 것으로 예상한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서울 강남과 여의도, 홍대지역 식당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맥주점유율에서 테라는 61%, 카스 등 경쟁 브랜드는 39%로 집계됐다.  

올해 온택트(Ontact)로 열린 오비맥주의 대표 여름음악축제 ‘카스 블루 플레이그라운드’ (제공=오비맥주)
올해 온택트(Ontact)로 열린 오비맥주의 대표 여름음악축제 ‘카스 블루 플레이그라운드’ (제공=오비맥주)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주요 상권에서 ‘테슬라(테라와 참이슬)’, ‘테진아(테라와 진로)’ 등 소맥(소주와 맥주) 폭탄주 바람이 일면서 테라가 주도권을 가져왔다”며 “하이트진로가 테라 출시 때부터 지금까지도 주요 유흥상권에서 공격적으로 영업하면서 인지도를 많이 높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유흥상권에서 카스의 위세가 여전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오비맥주는 테라의 선전에 긴장을 하면서도, 카스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크다. 특유의 신선하면서 톡 쏘는 청량감 등의 장점이 많은 소비자에게 인정받으면서 국가대표 맥주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혔기 때문이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카스는 ‘첨단냉각 필터’ 기술을 적용해 효모를 걸러내는 ‘프레시(Fresh)’ 공법으로 생맥주처럼 청량하면서 부드러운 맛을 내고 있다. 여기에 ‘프레시캡(Fresh Cap)’ 공법으로 병마개 내부를 기존보다 약 1.4밀리리터(㎜) 깊게 설계하고 밀봉력을 한층 높여, 맥주의 맛과 신선함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권위 높은 벨기에 국제식음료품평원(iTQi)에서 ‘국제 우수 미각상’을 수상하며, 해외서도 품질을 인정받았다.

오비맥주는 테라보다 상대적으로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시작해 대표 여름 음악축제로 자리 잡은 ‘카스 블루 플레이그라운드(CBP)’를 올해에는 코로나19 이슈에 맞춰 온택트로 열어 조회수 80만뷰를 넘었고, 글로벌 K-팝 그룹 ‘엑소’의 세훈과 찬열을 카스 여름모델로 발탁했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을 앞세운 ‘알짜 맥주 클라쓰’ 영상도 젊은층 호응 덕분에 유튜브 1300만뷰를 돌파했다. 카스 패키지 디자인도 최근 젊은층 취향에 맞춰 재정비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카스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브랜드”라며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충족시키기 위한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선보인 하이트진로의 제품 ‘테라’ 출시 현장. (제공=하이트진로)
지난해 3월 선보인 하이트진로의 제품 ‘테라’ 출시 현장. (제공=하이트진로)

이에 맞서는 하이트진로는 제품 본질에 집중한 테라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호평 받으며 맥주시장 판세를 뒤집고 있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3월 선보인 테라 맥주는 5년 전부터 기획에 들어가고, 2년간의 개발 끝에 ‘100% 청정맥아’와 ‘100% 리얼탄산’이라는 콘셉트로 출시됐다. 특히, 호주에서 수매한 맥아만을 100% 사용한 청정맥아는 테라의 핵심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주원료인 맥아 수급을 위해 다수의 후보지역을 대상으로 맥아 성분을 테스트했고, 가장 수급이 안정적인 AGT(오스트레일리아 골든 트라이앵글) 맥아를 100% 사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러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서울·수도권의 주요 상권을 대상으로 영업에 집중했다. 주 소비처인 유흥시장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가정용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에 테슬라·테진아와 같은 입소문까지 더해지면서, 여의도와 강남, 홍대 등 오피스 상권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테라의 인지도는 단기간에 급상승했다. ‘테슬라 모르면 아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테라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는 지속 상승해 높은 판매량으로 이어졌고, 하이트진로는 2016년 4월 이후 3년 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시가총액 2조원을 다시 돌파했다. 올 2분기 실적도 테라 인기로 영업이익은 300% 이상 증가한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측된 상황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테라 덕분에 1등 DNA를 되찾을 수 있었다”며 “기존의 하이트·맥스 등과 함께 올해 맥주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넘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