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던 농협금융 해외사업 '쉼표'…"야속한 코로나19"
순항하던 농협금융 해외사업 '쉼표'…"야속한 코로나19"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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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글로벌부문 순이익 작년 동기 대비 65%↓
주요 대상국 봉쇄 조치로 현지 합작프로젝트 등 제동
기존 사업에 충실하며 포스트 코로나 대비로 방향 설정
농협금융 해외 네트워크 현황. (자료=농협금융)
농협금융 해외 네트워크 현황. (자료=농협금융)

범농협 인프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성장을 준비하던 농협금융 글로벌사업이 코로나19라는 거대 장벽에 부딪혔다. 사업 진출을 추진 중이던 주요국에서 잇따라 봉쇄조치가 내려지며, 현지 합작프로젝트에도 제동이 걸렸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부문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65%나 뒷걸음질 쳤다. 농협금융은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의 완성도를 충실히 높이면서 일단 코로나19 이후 상황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13일 NH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국내외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글로벌사업 부문을 연결하는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농협금융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상황 속 올해 상반기 해외점포별 사업 성과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하반기 사업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 거침없던 글로벌 확장에 '찬물'       

연초까지만 해도 농협금융의 글로벌사업 부문은 순항하는 분위기였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중국 공소그룹과 증권 및 손해보험 합작사업에 대한 사업성 검토 및 예비협상 등을 진행했다. 미얀마에서는 재계 서열 1위인 투(HTOO)그룹과 신설 예정인 NBFI(여신전문회사)에 대한 지분투자 준비에 착수했다. 베트남 국영은행인 아그리뱅크와 농협은행은 농업금융 기반 사업에 대한 협력을 시작했다. 

또, 올해 1월에는 농협캐피탈이 세계 최대규모 협동조합인 인도비료협동조합(IFFCO) 산하 키산 파이낸스의 지분을 25% 인수하고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신시장 개척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에 따라 올해 초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이 직접 나서 글로벌사업 부문의 중장기 경영전략 체계를 정비하기도 했다. 중장기 전략에는 오는 2025년까지 자산과 순이익 규모를 각각 6조원과 1600억원으로 늘려, 작년 말 대비 각각 4.4배와 5.5배 수준 키운다는 계획이 담겼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농협금융 글로벌 사업도 난관에 부딪혔다. 세계 각국에서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글로벌사업의 활력이 금세 위축됐다. 한국과 외국 간 출장길이 막히면서 각국에서 구체화 단계로 접어들던 현지 합작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 글로벌사업 부문 순이익은 6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올해는 해외사업이 더뎌진 측면이 있다. 지금도 인도는 지역 간 이동이 금지된 상태다"며 "농협은행의 인도 사무소는 뉴델리에 있지만, 인도 중앙은행은 비행기로 2시간 걸리는 뭄바이에 위치해 애로사항이 있고, 이를 전제로 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해외 사무소나 현지 법인 모두 예년과 같이 활발히 영업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전해진다"고 말했다. 

(뒷줄 왼쪽 네 번째부터)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아와스티 이프코(IFFCO) 회장, (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란잔 샤르마 키산 파이낸스(Kisan Finance) 대표와 이구찬 농협캐피탈 대표 등 참석자들이 지난 14일 인도 뉴델리 이프코 본사에서 열린 NH농협캐피탈과 IFFCO-Kisan Finance 간 투자서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농협금융)
(뒷줄 왼쪽 네 번째부터)김광수 농협금융 회장과 아와스티 이프코(IFFCO) 회장, (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란잔 샤르마 키산 파이낸스(Kisan Finance) 대표와 이구찬 농협캐피탈 대표 등 지난 14일 인도 뉴델리 이프코 본사에서 열린 NH농협캐피탈과 IFFCO-Kisan Finance 간 투자서명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농협금융)

◇ 새 기회 노리며 조직 기틀 '정비'       

지난 2012년 지주 출범 이후 해외사업을 본격 추진한 농협금융은 국내 5대 지주 중 글로벌사업에 가장 늦은 후발주자다. 

농협금융 글로벌사업부문의 중장기 방향성은 한국 농업과 상생 발전하면서 축적해 온 차별화된 경쟁력과 범 농협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특장점을 세계 각국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봉착한 올해는 해외 인가사업 완료 등 기존에 추진 중이던 사업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기준(뉴 노멀)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우선, 농협은행의 단기 목표는 내년 말까지 5개국 지점 인가를 완료하는 것이다. 농협은행은 현재 이를 위한 절차를 중국 북경과 △홍콩 △인도 노이다 △베트남 호찌민 △호주 시드니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또, 중장기 비전으로 선진금융시장에서 국내 투융자사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기업금융 중심 투자은행(CIB)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농협은행은 영국 런던에도 은행 거점 설립을 검토 중이다. 영국의 경우 NH투자증권이 2016년에 런던 사무소를 확보한 상태로, 자금운용과 중개, 조달 등 부분에서 연계 효과를 확대하려는 차원이다. 

(왼쪽부터)김종희 농협파이낸스미얀마 법인장과 손병환 농협은행장, 김광수 농협금융회장, Mr. Soe Thein 미얀마 중앙은행 부총재 등 참석자들이 작년 2월 미얀마 중앙은행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농협은행)
(왼쪽부터)김종희 농협파이낸스미얀마 법인장과 손병환 농협은행장,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Mr. Soe Thein 미얀마 중앙은행 부총재가 작년 2월 미얀마 중앙은행에서 열린 농협금융-미얀마 중앙은행 교류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농협은행)

NH투자증권은 미국 뉴욕을 비롯해 △중국 베이징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베트남 하노이에 6개 해외 현지법인과 중국 북경, 영국 런던에 2개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세일즈와 IB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13일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이머징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를 목표로 글로벌사업본부가 출범했다. 또, 현재 8개 해외거점 전체를 본부 직속으로 편제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외사업 방향성을 수립하고, 신규 비즈니스 진출을 주도할 글로벌사업기획부도 신설했다.

이와 함께, 농협캐피탈은 연내 인력파견을 포함해 인도에서의 본격적인 농기계 할부금융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기존에도 해외 파트너사와의 회의는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앞으로 소통을 더욱 강화 및 확대할 계획"이라며 "기존 해외 인가 건과 합작사업 논의를 지속 추진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도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