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는 김태년·주호영… '격랑·반전' 정쟁 계속된다
취임 100일 맞는 김태년·주호영… '격랑·반전' 정쟁 계속된다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8.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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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속전속결 입법으로 '문재인 정권 해결사 역할' 톡톡
주호영, 여당 압박에도 장외투쟁 지양… 행보 주목하는 민심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6월 23일 강원 고성의 화암사 인근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6월 23일 강원 고성의 화암사 인근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경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합리파'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이번 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치열한 정쟁 속 최선봉에 선 이들은 앞으로도 격랑과 반전을 거듭하며 정치권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무거운 거대 의석 왕관… 여당 '해결사' 역할 부담 가중

오는 14일 취임 100일을 맞는 김태년 원내대표는 176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등에 엎고 초반부터 문재인 정부 숙원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21대 의회 개원에 앞서 국회의장단 선출과 18개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 각 상임위원 배치 등을 두고 야당과의 협상에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원 구성을 밀어붙이면 '독재'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고, 야당에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줄 경우에는 '무능'이란 평가가 나올 공산이 컸다.

이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는 '독주'를 택했다. 예상대로 야권은 '차라리 국회를 없애라'고 비판을 쏟았지만, 여론은 김 원내대표의 속전속결 행보를 포용했다.

원 구성을 시작으로 김 원내대표의 입법 추진력은 6·7월 임시국회에서 빛을 발했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과 부동산 정책 지원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후속법 등을 엄청난 속도로 처리했다. 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부작용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김태년이기 때문에 '입법 속도전'이 가능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김 원내대표의 이같은 활약에도 원외에서 벌어진 각종 비위 의혹 때문에 민주당 지지율은 기로에 섰다. 총선 전 윤미향 당시 후보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성금 횡령 논란이 불거지더니 총선 후에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부동산 정책 무용론, 당정청(여당·정부·청와대) 고위 인사의 다주택 보유 등 사건이 터졌다.

야권은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 상실'을 부각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견고했던 지지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권발 사고가 연이어 터지자 김 원내대표가 꺼내든 주패는 '행정수도 완성론'이었다. 지난달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각한 이같은 의제는 당내외 현안을 모두 덮었고, 김 원내대표는 친문 4선 중진이라는 관록을 자랑했다.

다만 민주당 지지율은 여전히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권 '해결사'를 자처한 김 원내대표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진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체급 차이 실감… 살 길은 '작지만 지지 않는 정책 야당'

의석 103석으로 '개헌 저지선'만 겨우 지켜낸 통합당의 주 원내대표는 시작부터 체급 차이를 절감해야 했다.

주 원내대표는 오는 15일에야 취임 100일을 맞지만, 임기 시작부터 줄곧 거대 여당에 얻어맞고 밀리기 일쑤였다. 특히 야당의 마지막 방어선이라 할 수 있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뺏기자 일각에선 주 원내대표 지도력에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취임 한 달여 만에 자리에서 내려와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후 지원에 나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를 찾아온 데 이어 '독재' 인상으로 입장이 난해해진 민주당 김 원내대표도 주 원내대표 설득에 나섰고, 결국 국회로 복귀했다. 이에 앞서 당 체제 전환을 두고 사분오열했던 통합당은 그를 만장일치로 재신임하면서 결속하기 시작했다.

국회에 돌아와도 주 원내대표가 힘쓸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중진부터 초선까지 모두가 뜻을 같이 했고, 주 원내대표는 당의 한목소리에 힘입어 '상임위원장 0석'이라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했다.

통합당은 소야(小野) 한계에도 지지율이 오히려 오르는 태세다. 여당에 대한 견제론이나 야당을 향한 동정심도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큰 요인은 통합당이 김종인-주호영 이중체제 속에서 쇄신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과거 지도부는 장외투쟁 노선을 택했지만, 현 지도부는 '국회에서 싸우겠다'는 원칙으로 원내 대여공세에 집중했다. 초반 대정부질문과 각 상임위원회에서 실시한 정부 현안보고 등에선 별다른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이후 윤희숙 의원의 본회의 5분 발언 등이 주목을 받으며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당내 공격수와 경제통도 현재 국정감사와 정기국회에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보다 발 빠른 행보와 구슬땀 봉사도 중도층 민심 확보와 지지율 상승에 한 몫했다. 특히 수해 상황에서의 호남행과 집중 봉사활동, 선제적 대응안 마련은 '대안 정당' 발판이 됐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5일 충주 엄정면 괴동리 비석마을에서 수해 복구활동을 마친 뒤 얼굴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5일 충주 엄정면 괴동리 비석마을에서 수해 복구활동을 마친 뒤 얼굴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