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친박 물 빠졌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 '탄핵의 강'
[이슈분석] 친박 물 빠졌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 '탄핵의 강'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8.1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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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지지율 반등에도 '박 전 대통령 탄핵' 오점… 중도층 포용 한계
총선 참패 후 쇄신 안감힘… 김종인 "탄핵은 역사적 사실" 사과 강조도
일각선 여전히 '8·15 특사' 등 동정심 부각… 만기출소 시 2039년 87세
지난 2월 9일 당시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과 신설합당을 추진하고 개혁보수를 위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9일 당시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과 신설합당을 추진하고 개혁보수를 위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핵을 인정하고 '탄핵의 강'을 건널 때 비로소 보수는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만, 보수는 문재인 정권의 불법을 당당하게 탄핵할 국민적 명분과 정치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유승민 전 새로운보수당 의원, 지난 2월 9일)

미래통합당이 최근 지지율 반등 기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오점은 여전히 중도층 포용 한계로 남은 상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수감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통합당 내부 전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탄핵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사과해야 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강조했다. 탄핵과 관련해 정통보수 정당에서 진정한 사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게 김 위원장 지적이다.

실제 박 전 대통령 탄핵은 통합당에 아픈 유산으로 남았다. 여당에 공고했던 중도층 민심이 조금씩 제1야당으로 기울고 있지만, 이는 더불어민주당 내 실책 때문으로 보고 있다. 통합당 역시 이를 인정하고 내실강화에 열을 올리는 실정이다.

통합당 총선백서제작특별위원회 역시 '21대 국회의원 선거' 패배 요인으로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부족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40대 이하 연령층의 외면 △중앙당 차원의 효과적인 전략 부재 △강력한 대통령 선거 후보군 부재 △국민 움직일 공약 부족 △선거 종반 막말 논란 및 여당 막말 쟁점화 미흡 △최선의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이 이뤄지지 못함 △정부에 대한 코로나19 방역 호평과 문재인 대통령 긍정평가 증가 등을 꼽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 17일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제21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정갑윤 의원(왼쪽)과 유기준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17일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제21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정갑윤 의원(왼쪽)과 유기준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합당은 4·15 총선 참패 전후로 '친박' 물 빼기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시절이었던 올해 초에는 김무성·김세연·김성태·유기준·정갑윤·정종섭·김정훈·김영우 의원 등 원로·중진급 인사가 책임을 통감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김무성 전 의원은 "품위 있는 퇴장을 함으로써 보수 통합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며 용퇴를 촉구했고, 김세연 전 의원은 "깨끗하게 해체하고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김영우 전 의원은 "저는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과 정치를 해오는 과정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은 정치인"이라며 "정치적·역사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국민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김정훈 전 의원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누리당이 무너져 내릴 때 당 중진으로서 진작 불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당이 이렇게 된 데는 당시 모든 새누리당 의원에게 직·간접의 책임이 있겠지만, 특히 중진 의원의 경우 더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갑윤·유기준 전 의원의 경우 통합당 출범일이었던 지난 2월 17일 총선 불출마를 알렸다.

지난 3월 4일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4일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통합당은 공천관리위원회 심사 과정에선 유영하 변호사와 윤상현 의원 등 박 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를 대거 컷오프(배제)하기도 했다.

현재 지도부 역시 친박 성향과 거리가 먼 인사가 포진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 활동했지만, '경제민주화' 설파로 박 전 대통령과 충돌하며 갈라섰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개혁보수파와 새누리당을 탈당했고, 바른정당 초대 원내대표로 활동한 비박계다.

이전 지도부만 해도 박근혜 정부 2인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당대표를 맡았고, 친박 실세 김재원 전 의원은 당내 3대 요직 중 하나인 정책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했다. 범여권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응해 만든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서도 한선교·원유철 전 의원 등 친박계 인사가 대표를 지낸 바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이 황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6일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이 황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과거를 고려하면 4·15 총선 참패 원인도 어느정도 조각이 맞춰지는 셈이다. 총선백서제작 특위도 "탄핵 이후 여러 갈래로 흩어졌던 보수 정치 세력이 총선을 앞두고 하나로 뭉쳤지만, 선거 결과는 기대했던 수준에 훨씬 못 미쳤다"며 "몸집만 불렸지 변화와 혁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지층 결집에는 성공했지만, 중도가 민주당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특위는 또 "중도층에서 보수의 정치적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다는 건 박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보수 진영에 대한 호감도 자체가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산을 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내 친박 흔적은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전날 윤상현 무소속 의원에 이어 통합당 안에선 박대출 의원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요청하고 나섰다. 박 전 대통령 수감은 오는 8·15 광복절 기준으로 1234일째가 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과 관련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판결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파기환송심을 다시 파기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를 고려해 대법원이 파기환송심을 확정하면 예상되는 박 전 대통령 출소 날짜는 2039년 3월 30일로 만 87세가 되는 해다.

지난해 12월 14일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4일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대출 의원은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인사회에서 '역지사지'를 말씀했다"며 "역지사지 정신이 필요한 때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은 국민에게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의미)를 줄 것"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같은 읍소는 도리어 범여권에 정치적 공세 빌미를 내주게 됐다. 조상호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헌법이나 사면법은 확정된 형에 대해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사법부에 재판을 빨리 (사면)하라고 독촉할 수도 없는 문제다. 헌법에 반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헌법 79조와 사면법 3조는 특사 대상을 '형을 선고 받은 자'라고 명시한다. 대법원 형량이 확정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은 특사 대상에 오를 수 없기 때문에 광복절 석방 요구를 한 두 의원은 현행법에 무지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꼴이 됐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도 역시 민주당과 같은 의견 등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 그만두시기 바란다"고 비난했다. 덧붙여 "국민으로부터 큰 지탄을 받아 물러났고,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받은 사람을 단지 전직 대통령이란 이유로 사면할 이유가 무엇인가, 사면하면 (최순실 씨 등) 수많은 범죄 가담자도 함께 사면해야 한다"고 부각했다.

'탄핵의 강'이라는 과제가 여전한 가운데 정치권은 통합당이 오는 19일 '5·18 광주민주화묘지' 참배 후 내놓을 대국민 메시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가 10일 전남 구례군 오일장을 찾아 침수 피해 복구에 나선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가 10일 전남 구례군 오일장을 찾아 침수 피해 복구에 나선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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