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옷차림? 옷색상이 문제다
[기자수첩] 옷차림? 옷색상이 문제다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8.10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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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 색깔로 상대의 기분을 알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영국 심리학자 허니 제임스가 2000명을 대상으로 관찰 연구한 결과, 현재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은 노란색, 자신감에 가득 차 있을 땐 빨간색, 마음이 평온할 땐 파란색 옷 등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집이나 차, 손톱 화장의 색깔 등도 자신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론도 내놓았다.

지난 4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노란' 마스크에 '빨간'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났다. 인터넷상에선 '소풍 가는 듯 가벼운 옷차림, 아무리 어리다지만 철이 너무 없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반면 정의당 등은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닌 여성 정치인의 외모 평가로 정치인으로서 '자격 없음'을 말하려고 하는 행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정치부 기자로서 본 류 의원 의상에 대한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류 의원이 '샤랄라 원피스'를 입고 본회의장을 활보한 이날은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날이다. 사망 14명, 실종 12명, 이재민 629가구 등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류 의원의 옷차림을 떠나 옷 색상을 호평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지난 2014년 4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자리에서 파란색 계통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가 논란을 불렀다.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상황에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세월호 사고로 팽목항 등에는 노란색 리본이 줄줄이 달렸다. 돌아오리란 희망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미국에서 전쟁에 참여하는 남편을 둔 아내나 가족이 나무에 노란 리본을 묶고 무사귀환을 바라며 기다린 것에서 유래했다. 류 의원의 노란 마스크와 빨간 원피스는 이번 수해에 대한 사망자와 실종자, 이재민에게 희망을 실어주자거나 자신감을 가지란 의미의 의상은 아니었다. 류 의원 역시 "양복을 입어야만 국민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인가, 제가 일하기에 적당한 옷을 입겠다"고 알린 것을 고려하면 전국이 물난리가 난 상황은 생각지 않았다는 걸 방증한다.

지난달 말 이재정·김남국·황운하 등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텔레비전에 수해 소식이 켜진 상황에서 파안대소하는 사진을 찍어 곤혹을 치렀다. 보도 소식이 나오는지 몰랐어도 뭇매를 맞는 마당에 대놓고 발랄한 의상을 선택한 류 의원의 행동은 심히 경솔했다.

정치권은 이들의 행위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정작 온라인에선 지금도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 때 역시 의상 논란을 제기한 건 정치권이 아니었다. 색상부터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분노를 부르는 것은 아닐까. 국회와 범여권, 진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여기서도 표출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케 된다.

특히 '평등'을 기치로 내건 진보 진영에선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난 행보를 돌아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어쩌면 이번 논란은 류 의원이 벌써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건 아닐까 싶다. 2020년 국회의원 세비는 총 1억5188만원, 월 1266만원 수준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 20대 평균소득은 월 206만원, 2년이 지나 평균치가 올랐더라도 류 의원이 또래보다 1000만원은 더 버는 셈이다.

류 의원 소득을 지적하는 건 샘을 내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20대 청년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과 국가 재난 상황에서의 발랄한 의상은 뭇매를 맞기 충분했다. 류 의원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4대 신용카드사(신한·삼성·현대·국민카드) 리볼빙(회전결제) 이월 잔액' 자료를 보면 20대 잔액은 지난 5월 332억원으로, 2017년 5월 178억원보다 87.0% 증가했다. 각박한 20대 소득 여건이 궁극적으로 돌려막기에 실패해 연체 상태를 만들고, 거액의 수수료까지 물게 돼 여력은 더욱 악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 실정이다.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이번 의상 논란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에 대해 "기분이 더럽다"고 분노를 표했다. 그러나 국민 역시 류 의원 의상을 보고 기분이 더럽진 않을까.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