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존엄사' 인정 “호흡기 떼라"
대법‘존엄사' 인정 “호흡기 떼라"
  • 김두평기자
  • 승인 2009.05.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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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 판결 확정… “시기는 신중히 결정해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존엄하게 죽을 권리, 즉 '존엄사'를 허용하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21일 '소극적 안락사(安樂死)' 개념인 '존엄사(尊嚴死)'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응환 대법관)는 이날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씨(76·여)의 가족이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했고,연명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1·2심 재판부가 제시한 치료 중단 허용요건인 ▲회생 가능성 없는 사망 과정에 진입한 것인지 여부 ▲환자의 의사(意思) ▲중단을 구하는 연명치료 행위 ▲의사(醫師)에 의한 실행 등 4가지를 인정했다.

아울러 "이같은 허용기준에 부합되는 한 반드시 소송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그 치료중단이 허용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그 경우에도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전문의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판단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은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불치의 환자에 대해 본인 또는 가족의 요구에 따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공급이나 약물 투여 등을 중단,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인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이다.

즉, '품위있게 죽을 권리'를 인정해 준 것이다.

반면 안대희, 양창수, 이홍훈, 김능환 대법관 등 4명은 "원고가 허용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의견을 냈으나, 전원합의체 의결 원칙에 따라 배제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3명 중 ⅔ 이상으로 구성되며,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한편 김씨의 가족은 지난해 2월 김씨가 폐렴 수술을 받던 도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필요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그해 11월 서울서부지법은 사상 첫 존엄사 허용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도 올 2월10일 판결에서 "인간의 인격권과 자기결정권을 고려했다"며 "병원은 김씨에 대한 생명연장치료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있어서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의 반응은 대부분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 이유는 존엄사 허용의 의미를 되새기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회복불가능한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심리적 불안감이 어떻게 생기며 어떻게 완화시킬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데서 기인됐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요건과 의사의 의학적 판단 인정 범위 등에 대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좌훈정 의협 대변인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우선시 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과제로 남은 만큼 의학계는 사회 각계각층과의 유기적 협조체제를 통해 사회적 합의 도출에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