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 "아시아나 인수무산 시 현산 책임"
이동걸 산은 회장 "아시아나 인수무산 시 현산 책임"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8.03 1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 개최…재실사 요구 미수용
"이제 결정 미룰 수 없는 결단의 시점 오고 있어"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됐을 경우에 대해 “계약 무산의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신의 성실 원칙에 입각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금호와 산은 측은 하등 잘못한 것이 없다”며 “계약이 무산될 위험과 관련해 현산 측이 제공한 원인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7주 동안 엄밀한 실사를 한 상황에서 상황 변화가 있다면 있는 것만 점검하면 되는데, 자꾸 (현산이) 재실사를 요구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현산은 지난달 26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구하며, 12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의 “재실사 요구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발언은 사실상 현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제는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결단의 시점이 오고 있다”며 “모든 당사자가 거래종결 시점에 맞춰 결단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계약금 반환 소송과 관련해 “현산에서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현산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계약을 맺은) 지난 연말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밝게 봤듯 지금의 먹구름이 걷히고 나면 항공산업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며 “코로나 위기라는 불확실성에 매몰되지 않고, 항공산업을 긴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2차 세계대전 직후 각자 다른 판단을 하면서 기업 운명이 엇갈린 미국의 유통업체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 1945년 미국의 리테일 산업에서 몽고메리 워드와 시어스의 운명을 가른 사건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두 회사가 어떤 판단을 해서 한 회사(몽고메리 워드)는 쇠락의 길을, 다른 회사(시어스)는 1930∼1940년대 전 세계 리테일을 평정하는 대기업으로 거듭났는지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통업체 몽고메리 워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참전 용사들이 실업자로 전락해 공황에 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투자를 줄이는 경영을 펼쳤다. 반면, 경쟁업체였던 시어스는 수요 증가에 대비해 대출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미국 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크게 성장하면서 몽고메리 워드는 쇠락했다.

한편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현산의 재실사 요청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부행장은 “12주간의 재실사를 서면으로 요청한 건 인수 진정성은 없으면서 단지 거래종결을 지연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금호산업에 따르면 현산이 인수·합병(M&A) 과정 동안 7주간 충분한 실사와 6개월 인수 활동에도 통상적인 M&A 절차를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부행장은 “현산이 계속 기본적인 대면 협상에도 응하지 않고, 인수 진정성에 대한 진전된 행위를 보이지 않는다면 인수 무산이 현재로선 불가피하다”면서도 “인수가 전제된다면 인수 후 영업 환경 분석과 재무구조 분석을 위한 제한적인 범위에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