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충남도의회, 조례 사후 입법평가 제도...'곡돌사신’
[기자수첩] 충남도의회, 조례 사후 입법평가 제도...'곡돌사신’
  • 김기룡 기자
  • 승인 2020.08.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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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미리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아궁이 근처의 나무를 딴 곳으로 옮긴다는 뜻이다. 흔히 준비를 철저히 하여 화근을 미연에 방지하라는 말로 쓰이지만 가끔은 화재의 예방책을 얘기한 사람은 상을 받지 못하고, 불난 뒤 불을 끈 사람이 상을 받는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이렇게 깊은 뜻을 지닌 곡돌사신의 충고를 충남도의회가 실천에 옮기려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조례의 입법목적 실현성 등을 주기적으로 분석·평가해 조례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목적으로 ‘조례 사후 입법 평가제도’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후반기 방향타를 잡은 김명선 의장은 이 제도의 추진 배경을 조례의 양적 증가에 따른 조례의 실효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실제 최근 18개월 동안 도의회가 제정한 조례의 양적 증가는 160%에 이른다. 2018년 12월말 461개였던 조례가 2020년 6월말 742개로 엄청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사회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입법의 근거인 상위법에서의 위임도 없이, 또 공청회 등 의견수렴도 없이 제정된 조례가 있는가 하면, 조례는 만들어 졌지만 예산 확보는 물론 집행의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의회는 우선 올해 25개 조례를 대상으로 시범평가 추진하고 평가결과 분석을 통해 내년에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자체 및 연구용역 평가 병행을 위한 입법평가 분석지표를 만들고 전국 최초로 전담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녹녹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이 만든 조례를 평가해 존폐여부를 결정하겠다는데 환영하고 나서는 의원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 제도는 현재 17개 광역지자체 자운데 6곳에서 시행 중이며 2개 광역지자체는 조례만 제정, 시행을 미루고 있다. 조례제정 권한의 침해를 주장하는 일부 광역의원들의 반발과 집행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전국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전면도입을 위해 국민이 관심과 성원을 보내줘야 한다.

멀리 보이는 것은 용케 잘 보면서도 자기 눈앞에 가깝게 보이는 것은 잘못 본다는 뜻으로 ‘가까운 제 눈썹 못 본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조례 사후 입법 평가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의원이 있다면,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한다.

[신아일보] 김기룡 기자

pres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