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유플러스의 불편한 겸손마케팅
[기자수첩] LG유플러스의 불편한 겸손마케팅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8.0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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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G유플러스가 타 통신사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클라우드 게임 ‘지포스나우 PC’의 무료체험 이벤트는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한동안 ‘경쟁’이 뜸했던 통신시장에서 자신들만의 강점으로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게임은 최신 게임을 다운로드 없이 저사양 기기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는 게임구동에 필요한 연산 등을 서버에서 처리하고 유저들과는 영상·조작데이터만 주고받는 방식으로, 초고속과 초저지연을 필요로 해 5세대(G) 이동통신의 대표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3사는 해외 업체들과 손잡고 관련 서비스를 준비 또는 제공 중이며, 현재 3사 중 상용화한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특징은 3사 모두 자사 가입자들만 대상으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해, 5G 또는 인터넷 서비스의 미끼상품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까닭에 LG유플러스의 이벤트는 경쟁사들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틈을 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실제 신청을 진행해본 결과 LG유플러스가 오히려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포스나우 PC 서비스의 체험권 신청과정이 험난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벤트 신청은 카카오톡 ‘지포스나우’ 1대1 채널에서 상담원과의 채팅으로 가능하다. 또 알뜰폰 사용자들도 신청 가능하다. 다만 이 정보를 얻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LG유플러스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참여 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PC버전 ‘이벤트’ 페이지에는 관련 내용이 올라오지 않았다. 알아본 결과 이벤트 신청은 모바일 LG유플러스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안내되고 있었다. 이벤트 페이지 내 버튼을 클릭하면 지포스나우 카카오톡 채널에 접속되는데, 어떤 명령어를 쳐야할지 고민됐다. 카카오톡 채널에선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답을 주는 채팅봇이 종종 사용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체험권’, ‘검은사막이벤트참여’ 등 다양한 키워드를 넣었고, 약 12분 뒤 ‘확인을 위한 전화번호 제공과 동의’를 요구했다. 전화번호와 함께 제공에 동의한다고 입력한 뒤 약 7분 만에 체험권과 함께 사용법을 담은 답장이 왔다. 채팅봇이 아니라는 생각에 문의하니 중복참여 방지를 위해 상담원이 일일이 휴대전화 번호 대조작업을 하고 체험권을 발송한다고 했다.

참 좋은 물건 또는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제대로 알리지 않는 행위를 겸손마케팅으로 부른다. LG전자가 대표적으로, 소비자들이 나서서 정확한 정보를 알리며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기한이 정해진 이벤트 등에서 부정확한 정보는 불친절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가 자신감을 갖고 좀 더 소비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