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최재형 감사원장과의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난 가운데,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준호 전 감사위원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자리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제청할 것을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요구했다.
감사원의 최고의결기구는 감사위원회로, 감사원장을 포함한 총 7명의 위원들로 구성돼있다. 이 가운데 한 석이 공석인 상태다.
그러나 최 원장이 '친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감사원장이 '현 정부의 친정부 인사이기 때문에 못한다'는 말까지도 서슴없이 말한다고 한다"고 했다.
대신 최 원장은 판사시절 함께 근무한 현직 판사 A씨를 감사위원으로 제청했지만, 청와대가 '다주택' 등의 이유를 들어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A씨는 서울 서초구를 비롯, 수도권 등에 아파트 5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며 청와대와 감사원간 갈등설이 불거지자 지난달 29일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된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최 원장에게 경고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최 원장을 향해 '사퇴' 압박을 하는 등 질타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이 불편하고 맞지 않는다면 사퇴하고 재야로 나가서 비판하든지 하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최 원장의 친인척이 보수 언론사와 국책 원자력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탄핵'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최 원장이 갈등을 빚는 것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감사위원회는 2018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타당성을 검토 중인데, 지난 2월 최종 조사 발표 기한을 한참 넘기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감사위원들이 월성 1호기 폐쇄에 경제성이 있다는 감사 보고서 의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인데, 결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불리한 쪽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나머지 한 명의 감사위원을 '탈원전 정책 기조'를 보이는 인사로 채워지는 데 최 원장이 반기를 들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갈등을 두고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결과는 다음 달 중순 이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