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호텔업의 미래 투자, 위기 속 활로돼야
[기자수첩] 호텔업의 미래 투자, 위기 속 활로돼야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8.0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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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계는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악재로 올해 내내 침울한 분위기를 짓고 있다. 외국인관광객은 오질 못해 객실은 텅텅 비고, 대규모 마이스(MICE, 국제회의·전시회 등) 행사들도 잇달아 연기·취소되면서 매출에 큰 지장을 줬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말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 따르면 올 1~7월 호텔업 누적 피해액은 약 1조2260억에 이른다. 외국인관광객 수는 같은 기간 77.1% 급감했다. 

업계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롯데·신라·신세계 등 특급 대형호텔은 급여 일부를 반납하고 휴직을 실시하는 등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며 힘든 시기를 지냈다. 신라호텔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의 경우,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634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입으며, 올 상반기에만 13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호텔업 사상 최대의 위기 가운데서도, 호텔들은 신규 개점에 잇달아 나서며 지금의 악재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고자 노력 중이다. 

롯데호텔은 지난 6월 ‘시그니엘 부산’을 열었다. 롯데호텔 서비스 노하우가 집약된 프리미엄 호텔 브랜드로서, 시그니엘 서울 이후 3년 만에 문을 연 6성급 초(超)럭셔리 호텔이다. 신세계는 독자 브랜드로서 5성급 특급호텔 ‘그랜드 조선’을 론칭하고, 부산과 제주에 각각 선보인다. 서울 명동과 역삼에도 비즈니스급 이상 호텔들을 차례로 문을 열 계획이다. 

호텔신라는 6월 말 베트남 다낭에 ‘신라 모노그램’이라는 독자 브랜드 호텔을 열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역시 관광지 여수에 프리미엄 해양호텔 ‘벨메르’를 짓고, 지난달 24일 문을 열었다. 

악화일로의 호텔업 상황을 보면 사뭇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롯데·신세계 등 특급호텔들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시그니엘 부산 개관식 참석은 물론 경쟁사인 한화의 여수 벨메르를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앞서 3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호텔사업을 국내외로 확장하고, 1만5000여 객실을 5년 뒤 3만개로 늘리겠다”며 호텔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최근 경쟁 관계인 시그니엘 부산을 탐방했다. 정 부회장은 호텔업을 유통업과 시너지를 내면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특급호텔의 이 같은 행보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미래를 위한 투자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위기 속 선제적인 미래 투자가 위축된 호텔업의 숨통을 틔우고, 나아가 미래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