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가 끌어올린 2분기 실적에 증권사 '방긋'
동학개미가 끌어올린 2분기 실적에 증권사 '방긋'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8.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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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투자·현대차증권 상반기 당기순익 '사상 최대'
코로나19 불확실 증시 속 개인투자자 중심 '거래 급증'
2020년 상반기 증권사 실적.(단위: 억원, 자료: 각 사 공시)
2020년 상반기 증권사 실적(단위:억원). (자료=각 사 공시)

코로나19가 발발했던 지난 1분기 실적 악화 걱정에 휩싸였던 증권가가 2분기에 바로 상황 반전에 성공했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중개 수수료 등 리테일 분야 수익이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나금융투자와 현대차증권은 역대 최대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111억원 및 당기순이익 1725억원을 시현했다. 당기순이익은 역대 상반기 실적 중 최대치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거래대금이 급증해, 증권중개 수익 및 해외 부문 수익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며 "복합점포 확대를 통한 협업을 강화해 자산관리(WM) 부문에서도 큰 폭의 실적 성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KB증권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36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4.1% 하락했고, NH투자증권 당기순이익은 2616억원으로 6.2% 줄었다. 상반기 순이익 하락에는 코로나19 사태 발발로 인한 1분기 운용 부문 수익 감소가 주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분기만 놓고 보면 상황이 급히 반전해 KB증권은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작년 동기 대비 63% 성장한 1515억원을 기록했고, NH투자증권은 114.3% 증가한 2305억원을 올해 2분기 순이익으로 남겼다. 

KB증권 관계자는 "개인 거래대금이 늘면서 온라인 고객자산만 10조원을 달성했고, 타 플랫폼과의 제휴 등으로 신규고객 유입을 확대해 브로커리지 수익도 늘렸다"며 "양질의 글로벌 투자 콘텐츠를 제공하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진 영향으로 해외주식을 거래하는 글로벌원마켓 서비스 가입자도 연초 대비 2배가량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현대차증권이 올해 상반기 순이익 532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교보증권은 1분기 적자에서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상반기 순이익 41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4% 줄었지만, 직전 반기 대비로는 52.8%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개인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거래량이 증가가 있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18조263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급증했다. 증시 반등이 본격화한 2분기에는 일평균 거래 대금이 21조8000억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0% 급증한 규모다. 주체별 거래 비중은 개인이 77.9%를 차지했다.

몇몇 증권사들은 2분기 실적 개선으로 옵티머스와 라임 등 사모펀드 손실에 대한 피해 보상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은 2분기 깜짝 실적을 통해 충당금을 쌓을 수 있는 완충액을 만들었다"며 "내년 이익 증가에 대한 가시성을 높인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고와 관련해 올해 상반기에만 충당금 약 800억원을 적립했다. 증권가에서는 3~4분기에도 충당금 적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도 상반기에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펀드 관련 충당금으로 1248억원을 쌓았고,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와 관련해서는 769억원에 달하는 영업 외 비용을 발생시켰다. 

[신아일보] 홍민영 기자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