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비 강화… 국내 車업계 긴장?
美연비 강화… 국내 車업계 긴장?
  • 오승언기자
  • 승인 2009.05.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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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차량 ℓ당 15.1㎞ 연비 충족시키는 차종 ‘전무’
미국 정부가 2016년까지 자국 내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연비 기준 및 배기가스 허용기준을 대폭 강화키로 함에 따라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5%씩 연비기준을 높여 자동차의 평균연비를 현재 갤런당 25마일(ℓ당 10.5㎞)에서 갤런당 35.5마일(ℓ당 15.1㎞)로 끌어올리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지금보다 30%이상 줄이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차종별로 보면 국내차의 경우 현재 미국에 수출되는 차량 가운데 2016년부터 강화되는 ℓ당 15.1㎞의 연비를 충족시키는 차량은 아직 하나도 없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지난해 브랜드별 평균 연비측정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반 승용차 기준으로 현대·기아차의 평균 연비는 각각 ℓ당 14.1㎞와 ℓ당 14.3㎞로 도요타(ℓ당 16.3㎞)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수출 모델 가운데 경·소형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생산하는 차종 중 올해 기준으로 승용차는 갤런당 33.2마일, 기아차는 33.7마일 수준이어서 이는 2016년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대 경쟁자인 일본 업체들의 경우 ℓ당 20㎞를 넘기는 프리우스와 뉴인사이트 등 하이브리드 차량을 양산하고 있어 현대차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도요타는 최근 연비가 ℓ당 21.3㎞에 달하는 3세대 하이브리드 ‘프리우스’를 출시했고 혼다의 ‘뉴 인사이트’ 하이브리드도 미국의 기준을 뛰어넘는 ℓ당 17.4㎞ 주행이 가능하다.

또 2009년 기준, 도요타는 갤런당 38.1마일, 혼다는 갤런당 35.2마일을 기록하고 있어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그 입지를 굳히기 위해 연비 향상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23%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시장 점유율을 7%대로 끌어올린 시점에 미국의 연비 기준 및 배기가스 허용기준 강화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소형차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빠르게 재편해 나가면서 시장 점유율을 올려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는 현대·기아차에 어려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현대·기아차의 개발 능력 속도를 감안하면 2016년까지 미국에서 요구하는 연비 기준을 충분히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자동차 업체와 비교할 때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하는 것은 많이 뒤처졌지만 평균 연비가 높은 소형차 비중으로 인해 일본 업체와 대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강화된 이번 규제안은 가장 연비가 낮고 경영난에 시달리는 미국 빅3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 될 것이며 반대로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업체에게는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연비 규제 강화를 예상하고 투자해온 만큼 미국의 규제가 발효되기 전까지 ℓ당 15.1㎞ 정도인 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2016년까지 연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소형차가 강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