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대책' 검산부터 해보자
[기자수첩] '부동산 대책' 검산부터 해보자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07.31 0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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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고민이 깊다. 정부의 고민이 깊고, 국민의 고민도 깊다. 좀처럼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를 손에 쥐고 이런저런 공식을 대입해보지만, 풀이 과정이 쌓여갈수록 시험지만 새까매질 뿐이다. 처음부터 답이 없는 문제에 마주한 느낌이다.

과거 어떤 정부도 부동산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국민 생활과 워낙 밀접하게 맞닿은 문제라 접어두고 갈 수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연필을 날카롭게 깎고, 작정한 듯 책상 앞에 앉아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대입한 공식은 '규제'다. 이 공식이면 초고층 아파트 높이 만큼이나 치솟은 집값을 끌어내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며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부동산 과열 문제의 원인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는 견해도 명확히 했다. 

취임 당시 그는 "아직도 이번 과열 양상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집값 안정 정책의 초점을 수요 억제에 맞추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3년 1개월이 지났다. 정부는 지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공급 확대 대책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미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30만호 주택 공급 방안과 서울 도심 7만호 주택 공급 방안 등이 나온 상태지만, 집값을 잡기 위한 집이 아직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규제 공식만으로 부동산 문제가 풀리지 않자 부랴부랴 공급 공식을 추가로 대입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과연 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는 부정적이다. 그래도 해답을 찾아야 하는 게 정부의 숙명이다. 스스로가 말했듯이 집은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기 때문이다.

풀이 과정은 꼬일 대로 꼬였고, 처음 깎았던 연필심은 이제 거의 닳아 없어질 지경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난 과정을 차근차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중간 풀이가 틀렸는데, 정답에 이르는 길을 찾을리 만무하다.

급하게 새로운 공식을 더하려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들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저런 정치적 논리에 신경 쓰기 보다는 진심으로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는 더 중요하다.

기자는 김 장관의 취임사 중 "국토는 국민의 집"이라는 표현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 말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