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화 주역' 권오현 "포스트 코로나, 강력한 리더십 필요"
'반도체 신화 주역' 권오현 "포스트 코로나, 강력한 리더십 필요"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7.2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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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1등 배경엔 최고경영자층 리더십 존재'
전문경영인만으론 투자 결정 힘들어
(이미지=삼성전자)
(이미지=삼성전자)

“어려운 시기일수록 제일 중요한 건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다. 순간적으로 빨리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전문경영인과 최고경영자층의 원활한 소통과 토의가 필요하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은 28일 사내방송을 통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전제로 이 같이 밝혔다.

권 상임고문은 “얼마 전에 이재용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도 2030년에 1위를 달성해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며 “메모리(사업)는 지금보다 더 계속 잘해야 하고, 시스템 반도체도 많이 키워서 세계 1위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저도 전문경영인 출신이지만 굉장한 적자, 불황 상황에서 ‘몇조 투자하자’고 말하기 싶지 않다”며 “그런 면에서 전문경영인과 최고경영자층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 상임고문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정상에 오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1992년 8월1일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64메가 D램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던 당시 D램 개발팀장을 맡았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일본을 누르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권 상임고문은 약 35년간 삼성전자의 반도체 발전역사를 이끌었다.

 

그는 “1992년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1위가 된 뜻깊은 해”라며 “제가 일익을 담당하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한 동력과 경쟁력에 대해선 “삼성이 반도체(사업)를 한다는 자체가 난센스(Nonsense) 같은 일이었다”며 삼성 반도체 사업의 성공배경으로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리더십을 꼽았다. 반도체 사업은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고 투자 규모도 커서 위험성이 높은 사업인데, 최고경영자층의 과감한 결단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는 “1990년대 일본의 기술 수준이 높았는데, 이후 ‘잃어버린 10년’이 됐다. 그건 투자 시점을 잘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거기(일본)는 ‘100% 경영전문인 시스템’이라 빠른 결정을 못했고, (업계) 불황일 때 (전문경영인이) 투자하자는 말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권 상임고문은 삼성전자 반도체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 구축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옛날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과 목표를 공부해야 한다”며 “옛날에는 단순히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냐고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생이 공부하는 방법과 박사과정이 공부하는 방법은 다르다”며 “우리가 (기준점을) 세팅하려면 그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구축해야지, 지금까지 성공해 왔으니 그대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상임고문은 후배들에게 노력 외에도 세상의 트렌드를 잘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의 발전이 더딘 것은 트렌드 세팅을 하지 않고 자꾸 트렌드를 쫓아가기 때문”이라며 “이럴 때는 새로운 지식이나 지혜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