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 디지털 전환 가속화…소비자 선택 폭 확대 '긍정'
보험업 디지털 전환 가속화…소비자 선택 폭 확대 '긍정'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7.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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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공룡 카카오부터 기존 하나손보까지 시대적 변화 합류
상품·영업채널 등 비대면 트렌드 맞춰 다양성 강화 기대

IT공룡 카카오가 디지털채널을 앞세워 보험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보험사 하나손보는 대대적 디지털 전환을 선언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비대면'이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는 가운데 보험업계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과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영업 방식을 통해 보험 상품·채널 다양성이 강화되고, 소비자 선택 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28일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이 회사는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해 예비인허가 신청 등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일상의 위험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보험사 설립을 추진해나가겠다"며 "보험사 설립을 위한 절차가 아직 남아 있어 구체적인 출범 시기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디지털보험사는 단 두 곳뿐이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지난 2013년 국내 최초 디지털보험사로 등장했다. 전통적으로 대면 채널이 강한 보험시장에서 교보라이프플래닛은 CM(Cyber Marketing)채널만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보험설계사 설명 없이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 존재감은 크지 않다. 설립 7년이 지난 올해 4월 수입보험료 기준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생명보험 시장 점유율은 1% 내외다.

올해 초에는 캐롯손해보험이 디지털보험사 간판을 내걸고 출범하면서 손해보험업계의 비대면 시대를 열었다. 캐롯손보의 출범 초기 자체 평가는 나쁘지 않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아직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장점유율을 측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처음 선보인 '퍼마일 자동차 보험'은 지난 5월 출시 100일 후 1만건의 고객을 돌파했고, 지난 7월 2만건을 돌파해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디지털화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지만, 변화 속도는 점점 빨라질 전망이다. 당장 지난달 하나금융그룹에 새 둥지를 튼 하나손해보험은 디지털종합손해보험사 전환을 선언했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기존 대면 영업 채널을 유지하면서 모바일 앱을 활용한 디지털 상품을 출시하려 준비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더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디지털보험을 표방한 신생 회사가 속속 등장하고, 기존 회사도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A 손보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험 시장에서는 대기업 중심 상품이 판매돼 왔다"며 "카카오를 비롯해 네이버까지 보험 시장에 진출한다면, 소비자 니즈에 맞춰 다양해진 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B 생보사 관계자는 "디지털보험사들이 보험 시장 내에서 점유율이 낮아 보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거대 디지털보험사가 출범한다면 디지털보험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이 확산된 상황에서 새로운 디지털보험사의 등장은 보험업계와 소비자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홍 소비자금융연맹 보험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추세는 더욱 명분을 갖게 됐다"며 "소비자들은 디지털보험사 출범으로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서 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다양한 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면 채널이 중심이 됐을 때도 고지의무 위반이나 불완전판매 등의 민원이 많았는데, CM채널만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함이 생길 수도 있다"며 "보험업에 도전하는 IT 기업들은 보험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