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은 쳤는데 해명은 션찮아… 박지원, 여전히 野 사격 범위 내
'철벽'은 쳤는데 해명은 션찮아… 박지원, 여전히 野 사격 범위 내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7.28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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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30억불 합의에 '거짓→기억 안 나→위조→논의는 했다' 번복
하태경, 문 대통령에 "진위 확인 없이 임명시 안보 위기"… 국감 촉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가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의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담긴 서명과 이전에 남겨진 서명을 비교한 자료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가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의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담긴 서명과 이전에 남겨진 서명을 비교한 자료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학력위조·이면합의에 대한 션찮은 해명에 미래통합당 저격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통합당 간사 하태경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억달러 이면합의서 진위 여부를) 확인도 하지 않고 임명할 경우 국가 안보에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박 후보자 국정원장 임명을 유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와 야당은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을 두고 치열하게 공방했다.

논란의 정점에 오른 건 박 후보자가 2000년 송호경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4·8 남북합의서에 서명할 당시 별개의 비밀협약서가 있었는지 여부다. 통합당은 '북한에 30억달러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경제협력합의서'에 박 후보자가 서명했다고 주장하면서 전날 인사청문회 당시 문건 사본을 공개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서명(?)이 담긴 남북 합의서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자리에 놓여 있다. 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저는 기억에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서명(?)이 담긴 남북 합의서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자리에 놓여 있다. 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저는 기억에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 문건에는 '한국은 북한에 2000년 6월부터 3년 동안 25억달러 규모의 투자 및 경제협력차관을 사회간접부문에 제공하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따른 인도적 지원 5억달러를 지원한다'고 적혔다. 특히 대북송금 특검팀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4억5000만달러가 국정원 계좌를 통해 북측에 전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법원은 박 후보자가 대북송금 과정에 관여했다고 판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 위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날 문건에 나온 25억달러는 대북송금 특검 때도 규명되지 않은 내용이다.

당시 경협합의서는 국민에 공개했던 남북 정상회담 합의서와 같은 형식으로 작성했고,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던 박 후보자와 북측 송 부위원장의 서명도 담겼다. 해당 문서가 사실이면 박 후보자가 북한에 약점을 잡히고, 휘둘릴 수 있다는 게 통합당 우려다. 통합당은 또 대북송금이 4·8 비밀합의에 의해 진행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통합당은 이 합의서 사본에 대해 전직 고위 공무원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밝혔지만, 박 후보자와 여당은 '위조·모함'이라고 맞섰다. 특히 박 후보자는 이 문건을 청문회에서 처음 공개한 통합당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의 추궁에 '사실이 아니다'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위조다'라고 말을 바꿨다. 또 하 의원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공개 청문회 후 진행한 비공개 청문회에서도 "논의는 했지만, 합의문은 작성하지 않았다"고 앞서 해명했던 것과는 또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 네 번이나 달랐다는 게 하 의원 지적이다.

하 의원은 또 "(문 대통령이) 합의서 존재를 알고 있는지 궁금하고, 몰랐다면 대통령도 고심하리라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이면합의서 진위 확인은 어렵지 않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당시 동석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진위 확인과 국정조사에 동의해 대통령 판단에 도움을 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박 후보자가 단국대학교 편입을 위해 조선대학교를 다닌 것처럼 꾸몄고, 2000년 장관 재임 당시 광주교육대학교 출신으로 고쳤다는 의혹에 대해선 "교육부가 즉각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총 30억달러를 북한에 별도로 제공하는 문건에 서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는 이에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모함하기 위해 서명을 위조했다"며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사진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한 뒤 송호경 당시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 위원장과 박지원 당시 문화부장관이 2000년 4월 8일 중국 상하이 차이나 월드호텔에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총 30억달러를 북한에 별도로 제공하는 문건에 서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는 이에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모함하기 위해 서명을 위조했다"며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사진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한 뒤 송호경 당시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 위원장과 박지원 당시 문화부장관이 2000년 4월 8일 중국 상하이 차이나 월드호텔에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